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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할리우드통신] 92세로 타계한 日감독 곤 이치가와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영상<br> 전후 사회문제·반전의식 담아


지난 13일 92세로 사망한 일본의 명장 곤 이치가와(사진)는 인본주의자였다. 그의 특성은 걸작 기록영화 ‘도쿄 올림피아드(Tokyo Olympiadㆍ1965)’ 와 두 반전(反戰) 영화 ‘버마의 하프’(The Burmese Harpㆍ1956)와 ‘들불 (Fires on the Plainㆍ1959)’에서 여실히 나타나 있다. 이치가와는 1964년 도쿄 올림픽에 관한 영화를 만들면서 일본을 내세우거나 승자의 기쁨에 치중하기보다 3등을 한 선수와 경기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고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뛰어난 영상 구도와 장면 장면의 아름다움 그리고 기록영화라기보다 극영화 같은 서술 방식등으로 만들어진 흥미진진한 영화다.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만화영화부터 시작해 월트 디즈니에게 영향을 받은 이치가와는 일본 전후의 사회문제 노출을 두려워 않는 사회 의식이 강한 감독이었다. 그가 진지한 감독으로서 국내외적으로 인정을 받게 된 영화가 서사극 ‘버마의 하프’다. ‘들불’ 과 함께 그의 대표적 2편의 반전영화는 모두 아내인 나토 와다가 각본을 썼다. ‘버마의 하프’는 2차 대전 말기 버마 전투에서 살아남은 젊은 일본군인 미주시마가 종전 후 귀국을 거부하고 승려가 돼 곳곳에 널려 있는 전우들의 시체를 맨손으로 묻어주면서 겪는 영적 변신을 그린 숭고한 작품이다. ‘들불’은 필리핀 전투에 투입된 패잔 일본 군인들의 처절한 생존투쟁을 그린 끔찍할 정도로 사실적인 영화다. 전쟁의 광기와 비인간성을 단죄한 명작인데 살기 위해 인육마저 먹는 군인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구토가 인다. 대사가 거의 없는 묵시록적인 반전영화다. 비평가들은 상업적인 영화라며 ‘기모노 쇼’라고 무시했지만 영상미가 눈부신 ‘마키오카 자매들(The Makioka Sistersㆍ1983)’은 이치가와의 대표작 중 하나다. 구세대의 잔해와도 같은 마키오카 가문의 네 자매가 다가오는 정치와 문화와 사회의 대변혁 앞에서 어떻게 과거의 부와 결혼과 생활태도의 전통 등에 대처하는가 하는 이야기를 사려 깊고 민감하게 다루고 있다. 이치가와는 색깔을 자연을 창조하는 신의 조화처럼 찬란하게 쓰고 있다. 봄의 분홍일색인 벚꽃과 붉고 노란 가을단풍 그리고 겨울 천지 사방에 가득 찬 흰 눈들이 마치 살아 있는 풍경처럼 아름답고 감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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