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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富는 전쟁에서 나왔다"

■ 부의 제국<br> 존 스틸 고든 지음, 황금가지 펴냄<br> "식민지시절-남북전쟁-세계1·2차 대전까지<br>가용 자원 모으고 갈등 제거한 원동력 역할"<br>350여년간의 美 산업 발달사 폭넓게 소개



사분오열 직전의 나라에 찢어지게 가난한 국민. 독립전쟁 직후 미국의 모습이다. 영국의 경제봉쇄로 생활이 어려워지자 식민지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곡창지대 미시시피강 유역 주민들은 스페인제국의 영향권으로 빨려 들어갔다. 오죽하면 조지 워싱턴이 “이들은 깃털로 건드려도 스페인에 넘어갈 것”이라고 한탄했을까. 존 스틸 고든이 지은 ‘부의 제국’이 묘사하는 연방의 처지는 더 어려웠다. 중앙정부라기 보다는 오늘날 국제연합(UN) 집행부와 비슷했던 연방정부는 돈이 없어 해군을 해체하고 육군의 병력은 80명으로 줄였다. 외국 차관을 갚을 돈도 바로 바닥났다. 신용불량에 국론까지 분열된 신생 국가 미국은 어떻게 세계유일의 초강국으로 발전했을까. 답은 전쟁에 있다. 청교도적 윤리관과 노동정신, 무한대로 공급되는 토지와 막대한 산림ㆍ지하자원 같은 발전 요소를 총체적으로 묶고 인종별ㆍ지역별 갈등 요인을 최소화한 것은 고비 때마다 등장한 전쟁이다. 식민지 시절부터 그랬다. 영국과 프랑스가 북미대륙의 패권을 놓고 자웅을 겨룬 프랜치-인디언 전쟁 중 식민지군대가 편성되고 전투에 투입되는 과정에서 식민지라는 의식을 대신할 아메리카라는 정체성이 형성되고 영국에 맞설 수 있는 전투력이 길러졌다. 독립 초기 농민들이 일으킨 ‘세이즈의 반란’과 ‘위스키 반란’은 연방정부에게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관세를 거둬 재정을 확충할 권한을 안겨줬다. 남북전쟁도 같은 맥락이다. 북부와 남부라는 구분 속에 숨어 있는 연방주의와 주권주의, 노예 폐지론과 옹호론, 금융ㆍ제조업과 농업간의 갈등과 분열요인을 해소시켜 미국을 진정한 단일국가로 만들었다. 남북전쟁을 통해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 변모한 미국의 힘은 월 스트리트의 발전과 벤더빌트ㆍ카네기ㆍ록펠러ㆍ모건 등 거대자본 형성으로 이어졌다. 패전 독일제국은 물론 승전국인 영국과 프랑스까지 피폐하게 만든 1차대전도 미국에게는 축복이었다. 영국을 제치고 제 1강대국으로 부상했으니까. 2차 대전을 통해서도 미국은 대공황에서 벗어나고 강대국의 지위를 확고하게 다졌다. 그렇다면 전쟁을 승리를 이끌어 낸 원동력은 무엇일까. 돈이다. 헐벗고 분열된 아메리카가 극단적인 위험상황인 전쟁을 맞을 때마다 어떻게 가용자원을 동원했는지, 최소한의 힘은 어떤 방법으로 모아졌는지가 바로 이 책, ‘부의 제국’에 담겨 있다. 버지니아의 담배와 메릴랜드의 설탕, 캐롤라이나의 모피와 목재ㆍ쌀 산업, 뉴잉글랜드의 어업과 조선ㆍ무역업, 메사추세스의 철강업 등 정착 초기부터 20세기를 낳은 자동차, 21세기 정보사회까지 미국 산업의 발달사와 350여년간 금융시장의 발자취, 심지어 신문의 발달과정까지 폭 넓게 담겨 있다. 원제도 우리말 제목 그대로 ‘An Empire of Wealth’인 책은 저자와 역자의 이름 만으로도 눈 여겨 볼 가치가 있다. 존 스틸 고든은 2002년 번역 출간된 ‘월스트리트 제국’으로 국내에도 고정팬이 적지 않은 경제사가. 번역은 ‘리스크’, ‘전쟁의 기술’ 등을 옮겼던 안진환씨가 맡았다. 해밀턴주의자(국가주의자)로서 고든의 편향된 시각이 곳곳에 엿보이지만 미국의 발자취와 미래를 엿보는 데는 이만한 자료 덩어리를 만나기도 쉽지 않을 듯 하다. 고든은 ‘테러와의 전쟁’을 포함한 미래의 전쟁에서도 미국이 승리하고 미국의 영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글쎄….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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