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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국적법에 들끓는 미국 교민사회


마이크 혼다(민주ㆍ캘리포니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일본계 3세지만 아베 신조 일본 정권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다. 그는 기회만 있으면 위안부 성노예 범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와 올바른 역사 교육을 요구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정치인이기도 하다.

일본 극우세력으로부터 '민족 배신자'라는 비판을 받지만 일본계인 탓에 미국 사회의 반향은 오히려 더 크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콜로라도 강제수용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혼다 의원은 여러 인터뷰에서 "당시의 경험 때문에 인종이나 종교적 신념이 다르더라도 모든 미국인이 공평하게 대우받는 미국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우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그는 일본계 핏줄이지만 인권 보호라는 미국적 가치를 몸으로 실천하는 '미국인'인 셈이다.

이렇듯 서두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재미 교포 2세들의 정체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들은 대부분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며 혼다 의원처럼 스스로 미국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 역시 성인이 돼 대학ㆍ직장 등에서 유ㆍ무형의 인종적 장벽에 부딪치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뿌리인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다.

특히 최근 한국의 국제적 발언권 확대, 삼성ㆍLGㆍ현대차 등 한국 기업들의 급성장, K팝 열풍 등을 보면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자부심도 커지고 있다. 또 역경을 딛고 정치권이나 관계ㆍ경제계 등 미 주류사회로의 진출도 활발해지면서 대한민국의 소중한 인적 자원이 되고 있다. 더불어 한국계로서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교포 2세들도 늘고 있다.

한국 유학ㆍ미 공직 진출 제한 받아

하지만 최근 미 교포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자 문제는 이 같은 우호적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 문제로 유학ㆍ취업 등에 제한을 받는 교포 2ㆍ3세들이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선천적 복수 국적법은 2005년 이른바 '유승준 사건' 이후 편법적인 병역기피와 원정출산을 막기 위한 만든 법이다.

출생 당시 부모가 영주권자이거나 미국 체류자일 경우 교포 2세가 미 시민권자라 하더라도 만 18세가 되는 해의 3월 말까지 한국 국적을 이탈하지 않을 경우 병역의무 대상자로 분류되며 병역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38세까지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없다.



교포 2세로서는 군대에 가지 않는 한 한국 유학이나 취업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셈이다. 더구나 선천적 복수 국적자들은 군, 안보 등과 관련한 미 공직 진출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 미 시민권을 획득할 때 과거 조국은 버리고 오직 미국에만 충성하겠다고 서약하는데 이중 국적자는 국가관을 의심받기 때문이다. 실제 교포 2세들 가운데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놓고도 한국 유학길이 막히거나 미 해군사관학교를 중도에 그만둬야 하는 사례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현재 미 교포사회의 요구는 간단하다. 이중 국적을 허용해달라는 게 아니라 규정을 잘 몰라 국적이탈 시기를 놓친 교포 2세에 대해 유예 규정을 도입해 구제해주거나 아예 자신이 원할 때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교포2세, 영영 이방인으로만 남겨 둬서야

물론 이는 한국 정치권이나 정부가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이다. 당장 박근혜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아들 16명이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한 데서 보듯 권력자나 부유층 등이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국민들도 "교포 2세들이 대한민국에 의무는 다하지 않은 채 권리만 찾으려 든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게 뻔하다.

다만 교민사회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만큼 한국 사회가 공론화 과정을 거쳐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찾아볼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결론이 사회정의 실현 등의 측면에서 제도를 유지할 때의 공익적 가치가 몇몇 교포들의 불이익보다 더 크다고 나온다면 이를 설득하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최소한 모국에 불만은 품은 채 영영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교포 2세들을 양산하는 사태는 막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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