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삼성전자의 독주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기업의 실적개선이 국가 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삼성전자의 독주는 우리 경제의 삼성전자 쏠림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삼성전자 등 일부 잘나가는 기업과 불황업종 기업 간의 양극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로서도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다른 먹거리를 발굴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25일 발표한 3ㆍ4분기 실적은 그간 시장에서 나온 우려들을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은 휴대폰과 반도체 '쌍두마차'가 이끌었다.
특히 3ㆍ4분기에 반도체 부문에서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삼성전자 실적의 휴대폰 쏠림현상을 완화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문별 실적을 살펴보면 휴대폰 부문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3ㆍ4분기 스마트폰ㆍ태블릿 등 IM(ITㆍ모바일) 부문에서 사상 최대인 6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 분기(6조2,800억원)는 물론 사상 최대였던 1ㆍ4분기(6조5,100억원)보다 1,9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4와 갤럭시노트3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가 유지된 가운데 보급형 스마트폰 판매도 늘어나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 분기 대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되고 삼성전자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보급형 스마트폰 판매 확대를 통해 일축한 셈이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LG전자가 3ㆍ4분기 휴대폰사업에서 적자로 돌아서는 등 다른 스마트폰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휴대폰 실적은 단연 돋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3ㆍ4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8,500만대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부문이 회복되며 실적개선에 날개를 달아줬다. 반도체 부문은 매출 9조7,400억원, 영업이익 2조600억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보다 매출과 수익성이 모두 좋아졌다. D램의 경우 20나노급 공정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모바일ㆍ서버ㆍ게임기용 제품 판매가 늘었고 낸드플래시도 10나노급 공정 전환과 고부가ㆍ차별화 제품 판매로 경쟁력을 높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반면 TV 등 소비자가전(CE)과 디스플레이 패널은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3ㆍ4분기 CE와 디스플레이 패널 부문 영업이익은 각각 3,500억원, 9,8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소폭 감소했다.
한편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각 사업을 둘러싼 불확실성 역시 상존하고 있다. 우선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예전만 못한 가운데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외형 확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급형 스마트폰도 시장에 새로 뛰어든 애플과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시스템LSI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일이 시급하다. 전세계 TV 시장이 역성장하는 가운데 디스플레이 패널의 판매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삼성전자가 4ㆍ4분기에만 시설투자에 9조원을 집행하는 등 올해 사상 최대인 24조원의 시설투자를 단행하기로 한 것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이 같은 불확실성을 넘어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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