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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25일 취임] 시작부터 거센 역풍 예상

글로벌 경기침체·고물가… <br>경제정책 눈높이 하향 불가피<br>목표-현실 괴리 극복이 관건


‘경제 살리기’의 국민적 염원을 안고 닻을 올린 ‘이명박호(號)’에는 항해 시작과 동시에 거센 역풍이 예고되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지난 수년간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세계적인 호황경기는 종지부를 찍었고 경기둔화와 국제 원자재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이 맞물려 전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규제완화와 세금감면 등 기업환경 개선을 위해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전부터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왔지만 정부의 정책적 도움이 세계경기의 큰 파도 속에서 당초 기대만큼의 효력을 발휘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게다가 최악의 경제여건에 맞서 우리 경제를 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에는 새 정부 경제팀의 팀워크도 의문시되는 실정이다. 가장 먼저 이명박 정부 앞을 가로막은 암초는 미국의 경기하락과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다. 올해 미국 경제가 1%도 위태로운 저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출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우려되는데다 과거 저물가 속 세계경기 호황을 이끌었던 중국경제의 인플레이션 발생으로 세계 물가가 치솟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유가는 올들어 종가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고 곡물가격도 함께 급등해 원자재 수입의존국인 우리나라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공공요금과 휘발유ㆍ밀가루ㆍ라면값 등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생활물가가 줄줄이 인상돼 내수에 먹구름을 드리우기 시작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관계자는 “대외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사실상 없다”며 “현재로서는 실물경제가 뚜렷한 악화 조짐을 보일지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건이 악화되면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눈높이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당초 7% 성장 공약에서 ‘올해는 6%’로 후퇴했던 성장률 목표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 상태. 최근 이 대통령은 “6%의 수치 달성보다 성과가 서민들에게 어떻게 파급되느냐가 중요하다”며 다시 한 발을 물렸다. 이밖에도 이 대통령의 당초 목표와 현실 사이의 괴리는 갈수록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집권 5년간 일자리 300만개 창출이라는 당초 공약이 무색하게도 지난 1월 신규 취업자 수는 연간 목표치의 절반에도 한참 못 미치는 23만5,000명에 그쳤다. 규제완화와 세부담 경감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 외에 어떻게 연간 60만명꼴로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지 구체적 방안도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자신 있게 추진했던 ‘작은 정부’도 당초의 계획보다 크게 후퇴한 ‘타협’으로 마무리됐다. 정치적인 줄다리기 끝에 통일부ㆍ여성부ㆍ농촌진흥청이 살아남았고 감축인원 수도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공무원 사회에서 보기에는 사상 초유의 구조조정이었지만 절반으로 끝난 구조조정에 적잖은 국민들이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이번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보여준 부처 이기주의와 부처들간 알력은 앞으로 정치권과 정부 조직이 우리 경제를 회생의 방향으로 제대로 끌고 갈 수 있을지 많은 의구심을 낳게 했다. 기획재정부나 지식경제부 등 2~3개 기존 부처들이 통합된 경제부처를 어떻게 ‘화학적’으로 통합시킬지, 또 서로 다른 소신과 경제관을 가진 경제 ‘수뇌부’들이 금산분리와 공기업 민영화 등 굵직한 경제 이슈에서 어떻게 의견을 조율해갈지도 이명박 정부가 헤쳐가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기업인 출신 경제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이 새 정부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초의 장밋빛 전망이 대외여건의 암초에 걸려 퇴색할 경우 그에 따른 국민들의 심리 냉각과 여론 분열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높은 기대와 현실적인 악조건이 뒤얽힌 출범 첫 해 우리 경제의 매듭을 어떻게 풀어갈지, ‘경제대통령’의 진가는 이미 시험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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