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시대-어떻게 돈을 굴릴까] 외국계 `고객보안도 완벽`

HSBC에서 통장을 개설한 뒤 서명을 하고 나면 직원이 검정색 테이프로 서명을 덮는다.직원뿐만 아니라 서명을 한 고객 자신도 서명을 볼 수 없게 된다. 서명 위조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없애기 위해 HSBC가 사용하고 있는 자외선 감식 시스템이다.

최근 폰뱅킹 사고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외국계 은행의 철저한 고객 보안 시스템이 눈길을 끌고 있다.

예금 입ㆍ출금을 위해 은행을 찾는 HSBC 고객들은 비밀번호를 쓸 필요가 없다. 자외선 감지기로 서명을 감식하고 신분증을 확인하고 다시 얼굴을 확인하는 등 3~4단계를 거쳐야만 돈을 찾을 수 있게 된다.

ATM(현금 입출금기) 카드나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기 위해 비밀번호를 만들 때도 복잡한 절차가 고객들의 재산을 지켜준다.

ATM카드를 신청한 고객들은 그 자리에서 비밀번호를 만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고객이 알아서 비밀번호를 조합하고 이를 직원에게 건네주는 방식은 찾을 수 없다.

대신 고객들은 며칠 후 HSBC로부터 ATM 카드를 우편으로 받고, 비밀번호가 적혀있는 우편을 하나 더 받게 된다. 무작위로 기계를 통해 생성된 핀 번호다. 고객들은 이 번호를 갖고 ATM기계나 인터넷에서 자신만의 비밀번호로 변경할 수 있다.

다소 번거로울 수 있지만 요즘처럼 고객정보 노출 사고가 예금자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시기에는 이 같은 보안 장치들로 인해 고객은 더욱 신뢰감을 갖게 된다.

씨티은행도 비밀번호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보안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다.

씨티은행에서는 고객들이 비밀번호를 적어서 직원에게 주지 않는다. 대신 직원들이 고객에게 내미는 `핀 패드`에 자신의 비밀번호를 입력하게 된다. 핀 패드를 통해 입력된 비밀번호는 창구 직원을 거치지 않고 고객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김찬석 씨티은행 이사는 "비밀번호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고객 보호 활동의 하나"라며 "다소 복잡하고 귀찮은 절차를 거치더라도 고객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훈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