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MBA] 기업윤리와 윤리경영 "이익보다 사람 먼저" 사회적 책임 강조 이주량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2001년 미국 경영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미국 7대 기업이면서 경제잡지 ‘포천’이 ‘가장 존경 받는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던 엔론이 회계장부 조작 등의 투자자 기만행위로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 신화의 주인공이었던 창업자 캔 레이에게는 종신형에 가까운 중형이 선고됐다. 한때 미국 자본주의의 기린아로 칭송 받던 엔론의 파산은 스피드와 효율성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던 재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따라 비즈니스스쿨에서도 그 충격을 극복하려는 다양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조직을 기계처럼 생각하고 인수합병이나 구조조정을 떡 주무르듯 할 수 있다고 가르치던 과거 MBA 교육에 대한 반성이 시작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윤리경영과 사회책임경영 또는 기업시민주의의 강조였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경영에는 수치와 데이터가 아니라 기업문화와 기업윤리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윤리와 윤리경영’은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기업에도 기업격이 있으며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기업은 기업격을 높이고 윤리기준을 준수하며, 사회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슬론스쿨 MBA 출신인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의 말처럼 “기업의 관심사가 주주에서 이해관계자들로, 단일한 가치에서 다양한 가치로, 재무제표에서 균형 잡힌 발전으로 바뀌는 경영”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엔론 사태 이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비즈니스스쿨에서는 앞 다퉈 기업윤리와 윤리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MIT,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프랑스의 인시아드(Incead) 등 세계 각지의 톱 비즈니스스쿨에서 ‘기업윤리’나 ‘기업과 사회’ 같은 과목을 개설하고 필수과목에 포함하고 있다. 훗날 MBA를 거쳐 재계를 이끄는 기업가가 되겠다고 꿈꾸는 학생들에게 ‘경영의 기술’이 아니라 ‘경영의 정신’을 먼저 전달하기 위해서다. ‘Put People Above Profit(이익보다 사람이 먼저다).’ 이 말은 슬론스쿨로 유명한 MIT의 전 총장 찰스 베스트가 매년 MIT 신입생에게 가장 먼저 강조해온 말이다. 여기서 사람이란 기업활동의 결과가 미칠 수 있는 전체 대상을 의미한다. 즉 기업경영의 초점이 영리추구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 고객, 그리고 다음 세대까지를 위하는 쪽으로 모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돈만 버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의 하나로서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며 이를 통해 사회에 기여할 때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논리이다. 더 큰돈을 더 많이 더 오랫동안 벌고 싶다면 윤리적인 기업활동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기여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윤리’ 안에는 기업법과 윤리를 중시하고(윤리경영)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책임경영) 미래 환경을 보존하는 활동(환경경영)이 모두 포함돼 있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에 보면 당대의 거상이자 스승인 홍득주는 주인공 임상옥에게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게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진정한 기업활동은 단순한 영리추구를 넘어 사회적 신용의 테두리 안에서 기업이 속한 사회와 사람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이야기이다. 18세기 말 조선 상인의 머릿속에는 서양의 톱 비즈니스스쿨이 이제야 깨치기 시작한 진리가 담겨 있었다.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는 일에는 기술과 지식도 필요하지만 지혜와 철학도 필요하다. MBA 프로그램에서 기업경영의 지혜와 철학을 다듬는 영역이 ‘기업윤리와 윤리경영’이다. 입력시간 : 2007/10/2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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