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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한국 채권에 눈독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유럽이나 미국보다는 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양호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른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절대적인 금리 수준이 높은데다 원화가치 절상으로 이중의 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도 한국 채권의 투자 메리트를 부각시키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해 말 달러당 1,134원80전이었지만 지난 27일에는 1,050원까지 떨어졌다. 불과 7개월 만에 원화 가치가 7.5%나 상승한 것이다. 이미 원화가치가 상당부분 절상됐지만 여전히 미국의 재정 위기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원화 강세가 예고됨에 따라 한국 채권의 매력이 더욱 부각될 수 밖에 없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채권이 가져다 주는 기본 금리 외에 원화절상으로 인한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원화가치의 추가 절상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달러를 비롯한 다른 통화들은 가치 절하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절대 금리 역시 우리나라가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외국 자금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재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잔액은 85조9,702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8조8,201억원이 증가했으며 2008년(43조5,684억원) 이후 3년도 채 안된 기간에 두 배로 불어났다. 국내 채권의 인기가 높아지는 데에는 중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보유 외환을 늘릴 때 한국 채권의 비중을 높인 것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는 선진국 화폐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렸지만 점차 선진국들의 재정상태가 불안해지는 반면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가면서 재정 건전성도 좋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싱가포르가 국내 채권에 1조1,920억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카자흐스탄도 1조1,100억원을 매입하는 등 아시아권의 한국채권 매수세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윤 연구원은 “아시아 국부펀드나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외환 다변화 차원에서 한국 채권을 많이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지속되는 이상 외국인들의 한국 채권 투자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혁수 현대증권 채권전략팀장은 “환율이나 선진국 재정위기 등 여건이 당장 바뀌기는 힘들기 때문에 꾸준한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당분간 한국 채권의 매력 덕에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외국 자금의 국내 채권 매입이 급격하게 늘어나자 감독당국도 돈의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외국 자금이 유입되면서 원화강세를 유발해 물가안정에 도움이 되는 등 일단은 긍정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만일 이들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통화정책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채권 매수 규모가 여전히 크게 나타나는 만큼 동향을 파악해 관계기관에 지속 보고하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자금 유출입에 따른 시장 교란 가능성 등에 대해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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