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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형문자의 ‘도도한 역사’ 보여줘

■ 한자의 역사를 따라 걷다 (김경일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1809년 10월. 추사 김정희는 고대하던 중국 땅에 첫발을 내 딛는다. 베이징에서는 그는 스승 옹방강(翁方鋼)을 만난다. 그를 통해 금석학의 연구 방법과 책들을 접하고 한자가 뜻글자가 아니라 그림글자를 너무나 평범한 사실을 새삼 깨우치게 된다. 한자란 의미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글자의 모양 자체를 먼저 새겨야 한다는 진리에 눈을 뜬 것이다. 추사가 베이징에서 만난 또 다른 스승은 완원이었다. 완원은 추사에게 진나라 때 태산에 세웠던 석각의 고탁본과 자신의 역작인 경적찬고(經籍簒詁)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실사구시 평실정상(實事求是 平實精詳)’이란 말을 던졌다. 일은 알차게, 목표는 올바르게, 그러나 차분하게, 정성껏, 그리고 섬세하게. 실학의 요체였다. 불과 다섯달에 불과한 중국생활이었지만 추사는 엄청난 것들을 깨달았다. 8년뒤 추사는 역사 속에 사라져 갔던 진흥왕순수비를 불러내 실학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일본인 추사 연구가인 후지츠카 도나리는 추사가 청나라 문화의 핵심을 꿰뚫어 보고 찾아낸 실사구시 학풍을 조선에서 외쳤다고 평했다. 경쾌한 표음문자인 영어가 세계를 정복해 가고 있는 마당에 이 책은 너절해 보이는 한자를 되살려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한때는 진부함의 대명사였던 상형문자가 사멸하지 않고 양자강처럼 도도히 흐르는 이유를 갑골문자, 진시황의 문자 통일, 당나라의 걸출한 서예가 구양순 등 역사속 사건들을 통해 잔잔하게 보여준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며 목소리를 높였던 저자는 한자에 대해선 무척이나 다감한 눈빛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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