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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金仁淑(소설가)아이 옷을 구경하기 위해 몇차례 들른 적이 있던 작은 옷가게가 음식점으로 바뀐 것을 발견한 것이 며칠 전의 일이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 옷가게가 새로 생겼던 것이 고작 1년 반쯤 전의 일이었을 것이다. 그 1년 반사이, 그 옷가게에서는 몇차례 세일을 했고, 몇차례 사은품도 나눠주었고, 그리고 내가 모르는 사이에는 재고정리같은 것도 했을 것이다. 그 모든 일을 바쁘게 치루기에도 1년 반은 너무 짧은 시간이다. 새로운 꿈을 키우고, 또 그 꿈을 완전히 접어버리기에는 말이다. 새로 생긴 가게가 문을 닫아거는 풍경 뿐만이 아니라 아주 오래도록 익숙했던 풍경도 어느날 갑자기 새로운 것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뿐인가. 아무 것으로도 바뀌지 못한 채 텅빈 유리창으로만 남아있는 가게의 풍경을 보는 것도 예사로운 일이 되어버렸다. 오래 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버스 차장이 사라졌던 것이 80년대 초반의 일이었던가? 만원버스에 사람들을 짐짝처럼 밀어넣고 버스 승강대에 아슬아슬하게 달라불어 「오라이」 「스톱」을 외쳐대던 차장의 모습은 내 학창시절의 중요한 순간들, 어디에나 머물러있던 풍경이었다. 차장이 없는 버스를 생각한다는 것은 단팥 빠진 붕어빵을 생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시절의 기억이다. 어느날부터 버스 운전사가 회수권과 버스요금을 직접 챙기고, 버스 차장들의 모습을 더 이상 버스 안에서 발견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아마도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디로 갔을까」가 아니라 「어디로 갈까」하는 생각이 었을 것이다. 더 이상 연탄을 때는 집이 없어졌을 때는 연탄가게 주인들의 행방이 궁금했고, 냉장고가 가정의 필수품이 되었을 때는 시장 한복판의 얼음창고는 어떻게 될 지가 궁금했을 것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음식점으로 바뀐 옷가게의 전주인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궁금해진다. 또 그렇게 예뻤던 아이 옷들은 다 팔리지도 못한 채 어디로 갔을까. 내게는 「어디로 갔을까」라는 식으로 떠오르는 질문이 그들 당자들에게는 「어디로 갈까」라는 식의 절박하기 작이 없는 상처였을 지도 모르겠다. 십중팔구는 그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고 평범한 사람들이 버티기에는 이 시대가 참으로 힘겹다. 기왕이면 그 옷가게에서 구경만 하지 말고 세일 하는 티셔츠라도 한벌 사는 건데, 하는 소박한 생각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미덕도 될 수 없는 시대인 것이다. IMF 1년이라는 딱지가 붙어있는 올해 연말을 넘기면, 조금은 버티기 쉬운 시절이 올까? 작고 평범한 사람들이, 작고 평범하게 버틸 수 있는 세월, 그런 세월이야말로 진짜 좋은 세월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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