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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펀드의 천국

대한민국은 어느새 펀드 천국이 된듯한 느낌이다.지난달 28일 현재 주식형 펀드(수익증권)의 판매잔고는 23조3,531억원. 지난 연말에 비해 15조376억원 늘어났다. 매일매일 1,000억원씩 새로 주식형 펀드에 몰린 셈이다. 이같은 증가세가 계속된다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가정을 세워보면 올연말 주식형 수익증권 수탁고는 43조원으로 불어난다. 뮤추얼펀드도 올들어 2조원 가량 늘어났다. 그러고도 모자라 새로운 수익증권이나 뮤추얼 펀드를 선전하는 증권·투신회사들의 섹시한 광고가 신문마다 넘친다. 신문사 밥을 먹고 있는 사람으로 광고 들어오는 것은 반색을 할 일이나 직업이 직업인지라 생각이 거기서 그칠수는 없는 노릇이다. 펀드 문제의 핵심은 새로운 경제집중 현상이다. 현대계열 증권·투신사가 지난 2월부터 판매한 바이코리아는 수탁고가 6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올들어 신규 판매된 주식형 수익증권 전체의 40%다. 삼성, LG, 대우 등 다른 재벌계열 투신사가 운용하는 주식형 펀드를 합칠 경우 4대재벌 계열 투신사의 점유비율은 압도적이다. 재벌계열 투신사 펀드규모가 상대적으로 과도하다는 점은 투신권이 재벌들의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로 변질되면서 투자자들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에서는 돈이 곧 권력이다. 그 돈이 소수의 손에서 놀아난다면 증시는 그만큼 자의성이 커질수 밖에 없다. 증시에서 자의성이란 특정 회사 주식의 주가를 의도적으로 올리고 내리거나, 유상증자를 도와주거나 하는 일들을 말한다. 펀드란 원래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펀드 관리자가 유가증권이나 파생상품을 사고 팔아 펀드의 몸집을 최대한 불린후 그 이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금융 상품이다. 그래서 펀드 관리자의 절대가치는 「투자자 이익 극대화」다. 하지만 펀드 집중 현상이 일어나면서, 즉 재벌의 입김이 강해지는 구조로 변하면서 왜곡현상에 대한 우려가 심각해지고 있다. 개별 펀드는 운용회사의 펀드매니저들이 투자결정을 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판매회사의 최고경영자가 나서서 주식을 사라느니 말라느니 공공연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어느 펀드는 처음부터 어느 그룹의 구조조정을 돕기위해 고안된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특히 투신, 증권, 보험, 종금 등 여러가지 업태의 금융회사를 거느린 재벌은 자금을 이리저리 돌려치면서 자기 잇속 차리기에 급급할 여지도 있다. 재벌간 맞지원도 있다. 이같은 전언이 사실이라면 개인 투자자들로서는 집단소송을 걸어야 할 일이다. 이름 석자를 걸고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은 「펀드 독립」을 선언하면서 자신들의 직업윤리를 다질 필요가 있다. 그들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은 회사가 아닌 투자고객이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금융감독원이 투자자보호를 염두에 두고 대형 펀드들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 「펀드 독립」을 돕는 일이다. 금감원은 몰라서 지나치는 「몰감원」이나 알고도 눈감아주는 「눈감원」이 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WHW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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