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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트] 소프트 패치냐 침체 수렁이냐… 기로에 선 세계 경제

선진국 일제히 돈 풀었지만 실물경제는 약발 못받아<br>미·중 이어 독일마저 활력 잃자 비관론 급속 확산<br>뚜렷한 해법없이 부양카드 다시 빼드는 국가 늘 듯


미국, 중국, 독일 등 세계 주요국 경기가 일제히 꺾이면서 글로벌 경제의 침체를 우려하는 비관론에 다시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미국을 필두로 한 각국의 대규모 통화완화에 힘입어 금융시장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실물 경제로의 파급효과가 기대 이하에 머무르면서 중앙은행들의 경기부양 능력도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10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를 넘기고 본격적인 상승 흐름을 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세계 경제는 '소프트 패치'(경기 회복시의 일시적 침체)냐 또 한번의 깊은 침체기로 접어드냐의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경제지표 속락에 확산되는 비관론= 이달 들어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주요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초보다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주요 글로벌 경기판단지수인 타이거지수도 2011년 후반 이래 0~5 사이에서 정체되며 추가적인 경기 하강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5년여 동안 '지속 가능한 성장'을 확신할 만큼 뚜렷한 경기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비관론이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고용ㆍ임금ㆍ투자 등 실물 경제의 흐름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23일 발표된 미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월에 전월대비 2.6포인트 낮아진 52를 기록, 제조업 경기가 6개월 사이 최저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주택시장의 부실을 상당 부분 해소하면서 본격적인 경기회복세를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세 차례의 완화책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약속했던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이 4년 째 불발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유로존을 견인해 온 독일의 종합 PMI도 이날 기준치인 50을 밑돌아 민간경제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존 17개국의 경기부진도 여전하다. 남유럽 위기국가의 경제 여건이 어느 정도 회복됐음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은 아직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해 부심하고 있다.

중국도 1ㆍ4분기 성장률이 7.7%에 그쳐 지난해 3ㆍ4분기(7.4%)를 바닥으로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경제 성장률 공개 이후 나온 산업생산, 고정자산투자,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모두 예상치를 하회하며 실망감을 키웠다. 중국 정부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 주장해 온 지방정부 부채에 대해서도 금융위기에 맞먹는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본은 대규모 완화책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데 성공하며 경기회복 기대감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부의 부양책이 투자 및 고용 증가로 이어질 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최근 아소 다로 부총리는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려면 일본은행(BOJ)이 약속했던 2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법 못 찾은 세계 경제, 추가 완화 나서나= 미국 경기회복세 둔화와 중국 경제의 성장률 '쇼크', 지속되는 유로존 침체로 글로벌 경기 위축에 시달리는 세계 주요국들은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통화완화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그나마 유럽연합(EU) 경기를 떠받쳐 온 독일 경기마저 흔들리기 시작하자, 지난달까지 유로존 회복세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던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달 2일 개최될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거센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주변국들의 강도 높은 긴축을 요구해 온 독일은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EU에서는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긴축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포브스는 독일 경제의 핵심요소인 수출이 급감하는 등 EU 국가들의 경기둔화에 따른 파장이 독일로 번져가기 시작하면서 '경기 회복 우선론'이 힘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2월 독일의 수출 무역수지는 전년동월비 -0.3%를 기록해 금융위기에서 벗어난 뒤 최초로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독일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유로존 국가로의 수출은 4.1%나 급감했다. 최근 발표된 독일의 4월 종합 PMI는 48.8로 집계되며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 지수 50선 이하로 다시 떨어졌다.

그러나 만일 유럽의 긴축 기조가 완화될 경우 유로 채무국의 개혁이행 속도가 그만큼 늦춰지면서 유로권이 위기권역에서 탈피할 가능성 역시 후퇴하게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 독일 등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끌어 온 경제 강국들의 경기가 일제히 활력을 잃자, 시장에서는 최근의 지표 부진이 '소프트패치'가 아닌 본격적인 경기하강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디시전 이코노믹스의 알렌 시나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부진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세계 경제가 곤두박질을 칠 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며 "취약한 지표들에 근거해 앞으로 더 많은 국가들이 부양책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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