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김해공항을 출발해 일본 후쿠오카로 향하던 대한항공 B737 항공기가 새와 충돌했다. 비행기는 정상적으로 후쿠오카에 착륙했지만 한쪽 엔진의 회전 날개에 손상이 가 교체 비용으로 2,600만원을 들여야 했다. 지난 16일에는 부산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대한항공 A330 항공기가 새와 충돌했다. 역시 착륙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5,600만원을 들여 엔진 입구 덮개를 수리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후속 항공편 2편이 결항 되고 1편은 2시간 이상 지연 운항하게 되어 약 4,000만원의 운항 지연비가 추가로 발생했다.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로 항공사가 입는 경제적 피해는 상당한 수준이다. 조류가 엔진에 빨려 들어가게 되면 개당 가격이 3,000만원이 훌쩍 넘는 회전 날개에 손상이 갈 가능성이 있다. 특히 회전날개 여러 개가 손상이 갈 경우 한번의 충돌로 수억 원의 수리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운항 지연에 따른 영업손실은 물론, 승객들도 스케줄 지연 등에 따른 유•무형적 피해를 입게 된다. 현재 대한항공이 매년 조류 충돌로 입는 금전적 피해는 정비비와 항공기 지연에 따른 영업손실 비용 등을 포함해 수십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운항차질로 승객들이 입게 되는 피해까지 포함하면 경제적 손실의 폭은 더욱 커진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국내외에서 발생한 항공기 조류 충돌은 2010년 149건, 2011년 151건, 2012년 156건, 올해는 7월까지 70건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8월부터 11월까지가 전체 조류 충돌의 60% 이상이 발생하는 기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조류와의 충돌로 의한 추가 피해가 예상된다.
물론 조류와의 충돌이 항공기의 안전운항에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다. 기내에서도 충돌로 인한 충격을 거의 느낄 수 없으며 충돌여부도 정비과정에서야 확인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류 충돌이 발생하는 항공기 전방의 안테나 덮개는 외부 충격에 강한 복합소재로 제작되어 있어 수십 톤의 충격에도 견딜 수 있으며 종종 조류가 들어가는 비행기 엔진도 외부 이물질이 들어가도 내부에 영향을 끼치지 않게 자연스럽게 배출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엔진의 경우 제작 당시부터 조류 충돌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3.65kg에 달하는 큰 새를 실제와 똑 같은 조건에서 유입시켜 테스트를 하고, 이를 통과해야만 실제 항공기에 장착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조류 충돌이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만큼, 관계기관과 항공사가 힘을 합쳐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조류 충돌 예방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항공사등에서 조류 퇴치반을 만들어 운영하는 등 조류 퇴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좀 더 과학적인 조류퇴치 방법을 통해 항공사와 승객들의 손실을 막아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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