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놓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디스는 8일(현지시간) 기축통화인 달러를 보유한 미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경제규모 대비 더 많은 부채를 감당할 능력이 있다며 'AAA' 신용등급을 유지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무디스의 발표는 S&P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후 쏟아지는 비판에 직면해 최고경영자(CEO) 등 주요 인사가 자신들의 결정이 옳았음을 적극 해명하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다. 스티븐 헤스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부채비율이 신용등급 평가에 중요한 요소지만 달러화와 미국 정부의 위치도 고려해야 한다"며 "달러화의 지위는 시간이 흐를수록 약해지더라도 당장은 위협이 없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지난 2일에도 연방정부 채무한도 상향 협상이 타결되자 신용전망은 '부정적'으로 내리면서도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양대 회사는 채무한도 상향 협상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S&P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미국 정치권의 위기 해결 능력 부재를 문제 삼았다. 반면 무디스는 지난주 정치권의 합의에 대해 재정적자를 줄이고 정부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는 긍정적인 조치가 취해졌다고 평가했다. 헤스는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많은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무디스는 오는 2015년까지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75%는 넘지 않아야 한다며 미국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거나 건전한 재정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2013년 이전에 미국의 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신용평가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무디스와 S&P가 이처럼 상반된 평가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 러시아의 경우 당시 무디스는 1998년 디폴트 사태 이후 5년 만에 러시아의 신용등급 투자적격 등급의 맨 끝인 'Baa3'로 끌어올렸다. 반면 S&P는 투자부적격 등급을 고수했다. 이를 두고 무디스는 안전성이 검증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자신들의 관측을 근거로 대담하게 움직이는 반면 S&P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스타일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미국 신용등급 문제에서 평소 스타일과 반대가 된 셈이다. S&P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부채담보부증권(CDO) 에 대한 위험성을 과소평가했고 결국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는 계기가 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미국 신용등급 강등을 서둘러 치고 나온 것도 이러한 평판을 만회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무디스는 1909년 창업자인 존 무디가 정부와 금융기관의 채권과 주식에 대한 정보와 통계를 담은 안내서를 발간하면서 시작됐다. 무디스의 현재 최대주주는 버크셔 헤서웨이로 12.47%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무디스는 한국과도 악연이 있다. 무디스는 환란이 본격화되던 1997년 11월28일부터 12월21일까지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한국의 신용등급을 세 차례에 걸쳐 6단계나 깎아내려 한국의 외화조달에 엄청난 차질을 빚게 했다. S&P는 1860년 창립자인 핸리 바눔 푸어가 뉴욕에서 유럽투자자들에게 미국 내 인프라 시설인 철도와 운하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는 것이 모태가 됐다. S&P는 1916년 채권에 대한 신용평가를 시작했고 1966년 유명출판업체인 맥그로힐에 인수됐다. 국가 신용등급에 대한 평가는 스탠더드와 합병한 1941년부터 시작됐다. 매출과 순이익은 S&P가 25억달러, 8억달러인 반면, 무디스는 20억달러, 7억8,000만달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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