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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걷고싶은 거리

李建榮(전 건설부차관) 시내에 업무가 있어서 나갔다가 우연히 덕수궁 돌담길을 걷게 되었다. 놀랍게도 덕수궁 정문에서 정동골목으로 들어가는 돌담길이 멋지게 단장되어 있었다. 차도를 1차선으로 줄이고 대신 녹지대와 보도를 넓히고 곳곳에 가로수, 화단, 벤치, 가로등 등 재미있는 스트리트 퍼니치를 배치하였다. 마침 시간이 있어서 오랫만에 시내를 걸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소공동을 지나 명동을 한바퀴 돌았다. 참 오랫만이다. 그사이 많이 달라졌다. 아직도 남아있는 예전의 국립극장과 고개마루턱에 있는 명동성당이 옛날의 명동을 되새기게 한다. 중국대사관을 끼고 있는 골목길은 넓어졌지만 지금도 노점상들이 늘어서 있다. 앙징맞던 명동공원 자리에는 빌딩이 들어섰다. 역시 명동은 패션의 중심지다. 전국립극장쪽에서 충무로쪽으로는 말끔하고 운치있게 단장하였다. 외국의 쇼핑몰을 흉내내어 나름대로 분위기가 우러났다. 그런데 명동성당으로 가는 길이나 충무로에는 좁은 길을 비비고 자동차들이 줄이어 가고 있었다. 모두 보행자에게 넘겨 주어야 할 공간이다. 내친 길에 인사동거리에도 나가 보았다. 명동에 비하면 정돈되지 않고 제멋대로이지만 탓하고 싶지 않다. 명동이 환한 패션가라면 인사동에는 골동품점과 화랑들이 수줍은 듯이 비켜서 향기가 있는 거리다. 이곳에도 사람 사이사이를 비비고 다니는 자동차가 염치없어 보인다. 서울에는 걷고싶은 거리가 자꾸 줄어든다. 고궁의 돌담길, 개천을 끼고 걷던 길, 정다운 언덕의 골목길, 이런 길이 자꾸 없어지고 자동차가 밀려온다.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어서 아예 자동차에 빼앗겨 버린 도로도 많다. 그래서 우리는 육교를 건너고 지하도를 건널 때마다 심사가 편치 않다. 사람을 위한 길이 아니라 자동차를 위한 길이 되었다. 도시의 스케일이 이제는 자동차에 맞게 변하고 있다. 유럽에 가 보면 분위기있는 거리들이 많다. 골목골목 기웃거리며 걷고 싶어진다. 돌포장된 길이 작은 광장과 쇼핑물로 이어진다. 곳곳에 자동차 출입이 제한된다. 보행자전용 공간도 많다. 걷기보다 쉬고 만나고 즐기는 곳이다. 비둘기들이 모이고 집시들이 서투른 바이올린으로 행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아무리 바빠도 노상카페에서 한두시간 노닥거리고 싶어진다. 이것이 도시의 여유가 아닐까? 서울시내에 차없는 거리를 만들어 보자. 분위기 있는 거리를 곳곳에 조성하여 우리들의 도시를 걷고 싶은 도시로 만들자. 삭막한 도시에 오아시스를 만들자. <<일*간*스*포*츠 연중 무/료/시/사/회 텔콤 ☎700-9001(77번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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