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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국세청·금융위 밥그릇 싸움 점입가경

금융정보분석원법이 뭐길래…<br>정보출납권 사실상 독점해 온 검찰, 국세청 접근에 영장주의 위반 비판<br>"국세청은 FIU 정보만 요구한다"<br>소관하는 금융위는 애매한 입장

국제금값이 연일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귀금속 매장 직원이 금제품들을 확인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도대체 금융정보분석원(FIU)법이 무엇이고 어떻게 바뀌길래 여기저기서 아우성과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세원을 확보하려는 국세청이 추진한 FIU법이 한풀 꺾여 국회로 넘어왔다. 하지만 정작 정보공개의 범위는 당초 국세청이 요구한 범위의 3분의1 수준이라는 게 이 법을 논의 중인 국회 상임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럼에도 이 법이 미치는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세금탈루 혐의자를 국세청이 지목하면 FIU는 당사자에 통보하지 않은 채 금융거래내역을 국세청에 넘기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바라는 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정보권력을 갖게 됐다는 게 관련 부처와 금융계의 중론이다.

자연스럽게 자산가들의 긴장감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늘고 있는 금괴와 금고 구입도 같은 흐름이다. 자신들의 계좌가 FIU를 통해 국세청에 노출되는 일을 막기 위해 최대한 자산을 숨길 것을 찾겠다는 뜻이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부처 간의 샅바싸움이다. 이 법 뒤편에 놓여 있는 금융위원회와 국세청ㆍ검찰ㆍ경찰 간의 영역 다툼도 법안 논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탈루 혐의자 금융거래내역 들여다본다=국세청과 FIU는 최근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 개정안', 일명 'FIU법'의 주요 내용을 합의해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합의내용의 핵심은 FIU금융거래정보 가운데 세무조사ㆍ체납징수ㆍ탈세혐의자 색출을 위해 국세청이 원본 자료를 요구하면 FIU가 검토를 거쳐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수사기관의 내사와 비슷한 개념이기 때문에 FIU는 혐의당사자에게 국세청에 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통보하지 않는다.

기존 국세청 방안은 FIU의 고액현금거래보고(CTRㆍ1일 2,000만원 이상의 현금을 지급 또는 영수)와 의심거래보고(STRㆍ1,000만원 이상의 자금세탁이 의심되는 경우)의 원본을 직접 들여다보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정무위는 두 부처의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17일 법안소위를 열어 이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검찰과 국세청의 자리 싸움=FIU법에는 검찰과 국세청의 밥그릇 싸움이 걸려 있다. FIU의 핵심권한인 정보출납권은 검찰에서 파견된 검사 3명이 사실상 잡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이 내사 중인 사건 내용을 근거로 금융거래조회를 FIU에 신청하면 이를 FIU에 파견간 검사가 검찰에 내부 보고한다는 게 FIU 및 검찰 관계자의 전언이다. 각종 추문에 오른 검사나 고위층을 경찰이 내사할 경우 검찰이 축소된 FIU 정보를 일단 경찰에 주면서 시간을 번 뒤 검찰이 직접 내사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또한 법조계에서는 원론적으로 수사기관이 아닌 국세청이 금융거래정보에 접근하면 영장주의에 위반한다는 비판을 편다.

FIU를 소관하는 금융위는 애매한 입장이다. 당초 금융위는 이 법에 부정적이었다. 금융불공정 거래에 관련해 국세청은 정보를 주지 않으면서 FIU 정보만 요구한다는 불만이다. 다만 박근혜 정부 들어 FIU 정보공유가 주요한 국정과제로 떠오르면서 제한적 찬성으로 돌아섰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FIU는 다른 나라에서도 법무부나 검찰, 혹은 중앙은행에 소속돼 있으며 이는 FIU가 기본적으로 세원확보를 위한 기관이 아니라 범죄정보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는 뜻"이라면서 "국세청의 주장은 잘못하면 FIU의 설립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괴ㆍ금고 구입 늘어난 자산가들=FIU법 논의가 진전되면서 바빠진 사람은 자영업자 중심의 중자산가다. 앞으로 은행 등 금융계좌를 통한 거래내역을 국세청이 훤히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계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금괴나 부피가 적은 5만원권을 금고에 넣어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각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하려다 더욱 깊은 곳에 숨는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은 5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총 15억5,500만원어치 금괴를 팔았다. 신세계백화점도 이달 들어 금괴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배 넘게 올랐다.

금괴를 안전하게 넣어둘 금고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 입점한 금고매장 '루셀'의 매출은 올 들어 14일까지 287% 급증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올해 1~3월 매출액이 입점 초기 3개월(지난해 7~9월) 매출액 대비 두 배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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