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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백두대간을 오르는 즐거움

원희룡 <국회의원·한나라당>

지난해 6월에 백두대간 산행을 시작했다. 백두대간을 하루 산행 구간으로 나누어 한 달에 한번 새벽에 올라가 오후에 내려오는 식으로 진행한 지 벌써 1년이 넘은 셈이다. 우리 국토의 흙을 밟고 그 터에 자리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야 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도 있었고 한 달에 하루라도 자연과 함께 숨을 쉬면서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작은 소망도 있었다. 백두대간은 우리 민족이 터전을 잡고 있는 이 땅의 줄기다. 일제는 우리 민족의 정기를 말살할 목적으로 백두대간에 쇠말뚝을 박았다고 한다. 일제의 극악함이 얼마나 깊었으면 해방 60주년이 되는 지금까지 그때 박힌 철심을 뽑아야 한다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을까. 아직 일제가 백두대간에 박아놓은 철심이 다 뽑히지 않았듯이 미래로 향해 나아가기 위해 아직 우리가 뽑아내야 할 식민의 잔재와 과거사의 아픔이 우리에게 남아 있다. 백두대간 고개 하나하나에 우리 민족의 고난과 영광의 사연이 있고 봉우리 하나하나에 우리 민족 삶의 생생한 역정이 담겨 있다. 밤을 새워 남도의 한 산자락에 도착하면 아직 먼동이 터 오르기 전 새벽이다. 끝이 보이지 않을 듯한 억새풀밭을 헤치고 거친 숨결을 내뱉으며 고개를 넘는다. 힘들게 한 고비를 넘으면 올라온 그곳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고갯길이 또 다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 고비를 넘을 때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헤쳐나온 순탄하지 않은 역사의 여정을 떠올리게 된다. 어떨 때에는 너무 힘이 들어 그만 내려가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힘들고 지쳐 당장이라도 그 자리에 주저앉고만 싶을 때, 그만 포기하고 이 산을 내려가고만 싶을 때, 눈앞에 펼쳐진 산맥들은 여전히 당당하게 수천년, 수만년 그 자리를 지키며 서 있었다.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포기하지 말고 묵묵히 한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듯싶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이면 산 어귀의 막걸리집에서 한잔 안 걸칠 수 없다. 오늘은 전라도 어느 고을의 술을 받았으니 다음달은 충청도 땅에 들르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땅과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있는 한 백두대간을 오르는 즐거움이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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