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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제정책, 누구를 위한 것인가


요즘 서민들의 화두는 물가이다. 주부들은 어딜 가나 뭘 샀는데 얼마가 올랐다면서 물가로 인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직장인들도 회사 앞 식당의 점심가격이 올라 하루 용돈이 빠듯하다고 아우성이다. 기획재정부의 발표를 보더라도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4.5%의 증가율을 나타냈고 특히 농축수산물은 17.7%나 상승했다. 불안한 중동정세로 원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의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물가안정은 현실적으로 기대난망이다. 국민 생활 안정 챙기기가 우선 어찌 보면 이러한 상황은 예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정부는 조속한 경기회복을 위해 고환율 정책을 고수해왔다. 내수시장이 협소한 것을 감안하면 수출촉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출을 위해서는 자연히 원자재와 부품을 수입해야 한다. 그러자니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압박할 수밖에 없고 자연히 소비자물가에도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유가인상과 구제역 그리고 이상기후까지 더해져 부정적인 공급충격의 크기는 가히 메가급이다. 그러면 정부는 국민의 생활안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정책의 기조를 크게 나눠 성장과 물가안정이라고 할 때 정부는 후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물론 정부도 물가안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듯하지만 최근 일련의 정책을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측면이 많다. 예컨대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환율을 내려 수입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데 환율은 하향경직성을 보여왔다. 만약 정책담당자들이 환율하락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느낀다면 스스로 그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마땅하다. 대한민국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글로벌 금융위기 후 호황을 누려온 수출기업의 편익보다는 대다수 국민의 생활 안정을 챙겨야 할 때가 아닌가. 경제성장을 내세워 국민의 인기를 얻으려 하기보다는 진정으로 안정된 국민 생활을 위한 정책을 펴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가격이 급등하고 수입 생필품가격 또한 불안하다면 겨우 기준금리를 동결시키는 데 그치지 말고 물가안정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예를 들어 과감하게 유류소비세를 낮추는 것은 어떨까.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재정확대를 통해 총수요를 증가시키고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세금을 더 거둬들일 궁리만 하고 있는 듯하다. 이 상황에서 국민의 생활안정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수출증가와 수입원가 상승의 이해득실은 제대로 따져보았는가? 수출의 대부분이 대기업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는 혹시 재벌을 위한 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아닌가 국민들이 의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차제에 소비자물가가 왜 원자재가격 상승 이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물가를 잡으려면 공급측면의 애로사항을 해소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원자재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왜곡된 유통구조상의 문제점도 고려돼야 한다. 소비자물가가 올라가는 것이 생산자물가의 인상 때문이라면 두 물가지수는 비례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물가가 오르면 생산자들에게 그 수혜가 가는 것이 아니라 유통업자들의 수익만 올라간다는 것이다. 얼마 전 대형마트의 치킨세일을 통해 드러났듯이 이러한 현상은 공산품보다는 농산물이나 축산품의 경우에 더욱 두드러진다. 물론 유통구조의 개선을 당장 개선할 방법은 없겠지만 정부는 생산원가와 산지가격 대비 소비자물가를 비교하고 소비자물가의 상승이 과연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확인해 적합한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 게을리할 수 없을 것이다. 왜곡된 유통구조 바로 잡아야 물가와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도 전에 정부는 마치 백기를 흔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인기에 병합하는 대증요법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의 생활을 염두에 둔 정책을 편다면 현 상황을 곰곰이 되짚어 그 원인을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어 기대심리에 의한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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