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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레딘 냄비'와 투자
입력2002-05-16 00:00:00
수정
2002.05.16 00:00:00
이슬람의 현자로 알려진 나스레딘 호자가 어느날 이웃집 여인 파티마의 대문을 두드렸다. "음식을 하는데 필요한 냄비를 하나만 빌릴 수 있을까요?" 이웃집 여자는 중간 크기의 냄비 하나를 나스레딘에게 빌려주었다.
다음날 나스레딘은 빌린 냄비 속에 작은 냄비 하나를 넣어 이웃집을 방문했다. 파티마는 "나스레딘, 작은 냄비는 제 것이 아닌데요!"라고 말하며 의아해 했다. "
지난 밤 당신 냄비가 자식을 낳았어요. 당신 냄비 딸이니 당연히 당신 거죠." 이웃 여자는 나스레딘의 어리석음을 비웃으면서도 작은 냄비를 얻게 되자 기뻤다.
사흘후 나스레딘은 또다시 이웃집 대문을 두드렸고 파티마는 제일 크고 좋은 냄비를 빌려주었다. 파티마는 또다시 덤으로 냄비 하나를 얻고 싶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나스레딘에게서는 아무 소식도 없었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 파티마는 결국 옆집을 찾아가 나스레딘에게 냄비를 돌려달라고 말했다.
"잊은 게 아닙니다. 나쁜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라서요. 사실 당신 냄비는 밤에 해산을 하다가 끔찍한 고통 속에 숨을 거두고 말았어요." 나스레딘의 말에 이웃집 여자는 기가 막혀 소리질렀다. "날 놀리는 거예요, 나스레딘? 냄비가 죽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예요?"
"불행하게도 자식을 낳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죠. 당신이 첫 냄비의 해산을 인정했다면 둘째 냄비의 사망도 인정하셔야 할 겁니다." 나스레딘은 결국 큰 냄비를 돌려주지 않았다.
정현준 게이트가 터지고 나서 몇 달이 지난 뒤 엔젤클럽을 운영하는 한 분이 답답함을 호소해왔다. 회원인 모 대학 교수가 벤처에 투자하겠다면서 최악의 경우에도 최소한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강요해왔다는 것이다.
그 교수의 주장은 "그렇게 자신이 없으면 왜 엔젤 클럽을 운영하느냐"는 것인데 고수익에는 높은 리스크가 따른다는 사회적 통념을 철저히 무시하는 퍼레이드가 시작된 셈이다.
최근의 파크뷰 아파트 특혜분양 의혹사건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오피스텔이나 상가의 사전분양이 묵인된 관례라고 하지만 계약 해지시 위약금을 물지않은 것은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시적인 전매 허용으로 신규 아파트 분양이 '복권 당첨'으로 불리우게 된 것은 오래 전부터지만 복권을 사놓고 당첨이 안됐다고 돈을 물려달라는 식의 부동산 투자는 투자라기보다 '조폭식' 경제행위에 가깝다고 하겠다.
헌데 지난 주에는 도리어 은행이 고객의 손실을 보전해 주고 금감위의 제제를 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조흥은행이 손실 보전을 요구하는 신탁예금 가입자의 계좌를 정기예금으로 전환해주고 지난달말부터 우대금리를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입권유를 받은 고객으로서는 신탁의 수익율 하락에 당연히 억울할 것이고 조흥은행도 고육지책으로 계좌전환을 통해 보상해주려 한 것이겠지만 금감위의 제동은 투자자 손실부담 원칙이라는 측면에서 나무랄데 없는 처사라고 보여진다.
한편 일본의 벤처투자 양상을 보면 투자자 손실부담 원칙이 허물어지는 '도덕적 해이'로 사회문제가 되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다는 게 일반론이다.
일본의 중소기업 CEO들이 사업 실패에 대비, 주주들에게 최소한의 투자보장을 해주기 위해 보험을 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투자자들도 파산한 벤처에 대해 손실 보상을 요구하는 억지를 쓰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최근 갖가지 사회비리 현상을 바라보면서 1천년전의 우화에 지나지않는 나스레딘의 냄비 이야기가 생각난 것은 신뢰의 상실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이웃집 여자 파티마가 큰 냄비를 돌려받지 못한 것은 일견 불공평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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