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前 회장 1심 선고공판] 이모저모

환자복 차림 링거 꽂고 피고인석에

[김우중 前 회장 1심 선고공판] 이모저모

환자복 차림 링거 꽂고 피고인석에

이병관 기자 [e-mail]

한때 재계 서열 2위였던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의 1심 선고공판(오후2시)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 대법정에는 공판 개시 30여분 전부터 전 대우 계열사 임원과 취재진 등 300여명이 운집해 역사적인 판결의 순간을 기다렸다.

담당 재판부가 공판시간에 맞춰 오후2시 정각에 들어섰고 황현주 부장판사가 300여명의 방청객이 기립한 가운데 "피고인 김우중 들어오십시오"라고 지시했다.

이에 구속집행정지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15분 전쯤 앰뷸런스를 타고 법정에 도착한 김 전 회장이 환자복 차림으로 운동화를 신고 링거 2병을 꽂은 채 부축을 받으며 구부정한 걸음으로 들어와 피고인석에 앉았다.

지난 90년대 말까지 30여년간 동유럽 등 세계 각지를 오가며 이른바 '세계경영'을 진두지휘했던 글로벌 기업가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김 전 회장은 초초한 듯 조금씩 발을 떨며 재판장이 피고인에 대한 변론 내용과 재판부의 판단, 양형이유 등을 밝힌 30여분 동안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었다.

재판부는 선고 첫머리에 김 전 회장의 세계경영이 국가경제에 이바지한 점, 해외 체류 때 형사처벌에 준하는 고통을 받은 점, 고령으로 심근경색 등 지병을 앓고 있는 점 등 정상참작 사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러나 후반부 양형 이유를 밝힐 때는 분식회계와 횡령 등 검찰이 주장한 대부분의 기소 이유를 받아들이며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징역 10년에 추징금 21조원의 중형이 선고된 직후 김 전 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법정을 빠져나갔다. 김 전 회장의 측근은 "병원에 돌아오신 후에도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며 "착잡한 심정이신 거 같다"고 전했다.

이날 방청객으로 참석한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은 "재판부의 법리적 판단을 받아들인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사건은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다"며 중형 선고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 의원은 "(김 전 회장 해외도피 시절) 태국 방콕으로 김 전 회장을 찾아가 귀국해서 해외 재산관리 사실을 털어놓고 심판을 받을 것을 종용했다"며 뒷얘기도 털어놓았다.

공판에 참석했던 김 전 회장 변호인단은 징역 선고 직후 1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고등법원에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입력시간 : 2006/05/30 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