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이 고향에서 지내게 될 마지막 추석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수십년 동안 함께 살아왔는데 고향을 떠나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동네 사람 대부분이 착잡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올해 추석을 맞으면서 어딘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펑 뚫린 것 같습니다.” 충남 연기군 남면 임모(65)씨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사업지에 대한 보상이 올해 말부터 시작될 계획이어서 조만간 보상을 받은 주민들이 하나 둘 떠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행정도시 건설사업이 백지화돼 고향에서 오래오래 살았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더욱이 토지공사가 토지 및 물건 보상계획을 공고하고 15일까지 주민들에게 열람하도록 해 주민들 대부분은 이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구나 하는 위기의식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추석은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하기 그지없다. 공주시 장기면 윤모(72)씨는 “막상 물건조서를 들고 보상내역을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니 이제 정말 끝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든 고향을 떠나 어디 가서 살아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올해 말 착공예정으로 토지소유주들에게 보상통지서가 발송된 대전 서남부권 개발지역 내 주민들의 마음도 무겁기는 마찬가지. 대전시 유성구 용계동에서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김모(68)씨는 15일 주택공사로부터 보상통지서를 받고 기분이 무척 착잡했다. 김씨는 “오래전부터 서남부권 지역이 개발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막상 보상통지서를 받고 보니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할 때가 됐구나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서남부권 개발사업과 관련해 이번에 보상통지를 받았거나 또는 받게 될 전체 보상인원은 5,900여명. 이중 외지인 2,100여명을 제외한 3,800여명 대부분이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농사꾼들. 서구 도안동 홍모(70)씨는 “수십년 동안 농사만 지으면 살아왔는데 이제 땅을 내놓고 어디 가서 무얼 하고 살아야 할지 고민이 앞선다”며 “보상도 좋지만 정든 땅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함께 대전시 유성구 신동ㆍ죽동 등 대덕연구개발특구지역에 포함된 지역민들 또한 올해 추석이 반갑지 않다. 30년 이상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으면서 재산권 행사도 제대로 못하다가 느닷없이 특구지역에 포함됨으로 인해 제대로 된 보상도 없이 정든 고향을 떠나게 됐다는 사실에 울화와 함께 근심이 넘쳐흐르고 있다. 유성구 신동 정모(52)씨는 “정부가 주민과 단 한마디 상의 없이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특구지역에 포함시켜 땅을 빼앗아가니 어찌 분하지 않겠냐”며 “쥐꼬리만한 보상을 받아봤자 다른 곳에 가서 살 수도 없다”고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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