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수출주도 경제에 대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독일이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로 해외 수요를 빨아들이는 바람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은 물론 미국 등 글로벌 경제 회복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최대 통상마찰 국가인 중국의 경상흑자 규모는 감소 추세를 보이면서 미국의 주요 공격 타깃이 독일로 이동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제프리 자이엔츠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이사는 이날 워싱턴 경제인클럽 회동에서 "트리플딥(삼중 경기침체) 위험에 빠진 유럽이 미국 경제에 가장 우려될 만한 요인"이라며 "유럽이 통화·재정 정책을 너무 죄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유럽은 재정융통성이 다소 필요하다"며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최근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드라기 총재 지지를 통해 재정확대와 양적완화에 반대하고 있는 독일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드라기 총재가 그리스 등 취약국 은행에서 발행한 불량채권을 묶은 '위험자산'도 매입하는 등 저금리 장기대출(TLTRO)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을 이번주에 공개할 예정이지만 독일의 신중한 태도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전했다.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도 최근 주요20개국(G2) 재무장관회의에서 "유로존 등은 경기를 되살릴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며 독일을 압박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독일을 공격하고 나섰다. IMF는 오는 10~12일 미 워싱턴DC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및 IMF 연차총회를 앞두고 이날 낸 보고서에서 "글로벌 무역 불균형이 줄고 있지만 경상적자 국가들의 국가부채 총량은 늘면서 여전히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스페인·이탈리아 등 대외부채 규모가 큰 나라들이 시장 변동에 취약하고 시스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독일이 글로벌 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게 IMF의 우회적인 비판이다. 독일의 경상흑자 규모는 지난 2006년 1,820억달러에서 지난해 2,740억달러로 급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흑자 비중도 같은 기간 6.3%에서 7.5%로 늘었다. 반면 중국의 경우 같은 기간 2,320억달러에서 1,830억달러로 감소했다. 더구나 GDP 대비 규모로는 8.3%에서 1.9%로 추락했다.
IMF에 따르면 중국 위안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5~10% 절하돼 있는 데 비해 유로화 가치는 독일 경제에 견줘 15%나 절하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과거 미 정치권은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통해 미 제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며 맹비난했지만 글로벌 경제를 무너뜨리고 있는 핵심 열쇠는 미국의 동맹국인 독일"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독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만이 커지면서 이번 G20 회의에서도 미국과 독일이 또 한번 설전을 주고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 4월에도 미국이 '경제·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독일 경상흑자가 세계 경제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맹공을 퍼붓자 독일 정부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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