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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신동규 한국수출입은행장
입력2003-12-07 00:00:00
수정
2003.12.07 00:00:00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중심프로젝트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출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수출구조를 전통적인 중후장대형산업은 물론 IT(정보통신)산업과 신성장산업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야 합니다. 수출입은행은 IT와 신성장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수출을 늘릴 수 있도록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밀착서비스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신동규 한국수출입은행장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국민소득을 올리고 동북아물류와 금융중심지로 발돋움하려면 수출품목을 다양화하는 등 수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특히 IT등 첨단산업과 중소수출업체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해 올해 2조원 수준인 중소수출업체에 대한 지원규모를 내년에는 크게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제금융통인 신 행장은 “올해 우리나라 수출규모가 1,9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수출이 우리 경제를 떠받친 `견인차`이긴 하지만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출구조의 취약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취임후 수출기업인들과 자주 만나고 계신데, 기업인들이 느끼는 가장 큰 애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수출입은행은 수출기업 임직원과 `수출금융자문협의회`를 구성해 수출기업인들의 애로를 직접 듣고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국내기업들이 추진하는 플랜트나 해외건설공사가 대부분 리스크가 큰 개발도상국에서 이뤄지다 보니 정책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의 보증과 금융지원이 수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중소기업들은 유가상승이나 환율변동 등 외부요인에 대응할 능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출입은행의 역할이 더 강조되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수출입은행은 대형프로젝트 발주 초기부터 수주기업과 협력해 정보제공, 금융상담, 협조융자주선 등 프로젝트수행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또 중소기업은 환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서로 다른 통화로 바꿀 수 있는 통화전환옵션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지역업체의 지원을 위해 곧 수원에도 지점을 내 중소업체의 수출활로지원에 나설 계획입니다. 특히 새로운 수출시장개척에 따르는 위험을 피하기 보다는 신시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려 하고 합니다.
-수출입은행이 요즘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강화하는 등 지원방법도 더욱 새로워지고 있는데요.
▲며칠 전 우리 은행으로서는 매우 뜻깊은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국내 엔지니어링사가 따 낸 이란의 가스전개발사업에 대해 이란국영석유공사(NIOC) 앞으로 단일 수출금융으로서는 사상최대인 9억달러를 담보없이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즉 프로젝트 자체의 수익성만을 담보로 하는 PF방식으로 수출금융을 지원한 것입니다. 예전에 일류은행 보증을 담보로 손쉽게 금융을 지원하던 때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죠. 선박수출에서도 선박 본선과 운송료 수입을 담보로 하는 PF의 일종인 `맞춤형 금융(Structured Financing)`방식이 새로 도입돼 최근 캐나다 해운선사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18척에 대한 수출금융 7억달러를 지원하는 등의 실적을 거뒀습니다.
-한국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출을 확대해야 하는 것은 지상과제인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출지역과 품목의 다변화 등 질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옳은 지적입니다. 우리 수출의 가장 큰 취약점은 수출품목과 수출시장이 편중돼 있다는 것입니다. 수출품목을 다양화하려면 IT 등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과 중소수출업체를 육성해야 합니다. 또 수출의 3분의 1을 중국과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극복하려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지역, 중남미지역, CIS(독립국가연합)을 제외한 동구권 국가들을 새로운 수출시장으로 개척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최근 나라 밖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나 지역을 경제블록화가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이런 추세에 뒤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현재 153개의 FTA가 발효중입니다. WTO 146개 회원국중 1개의 협정도 발효하지 못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타이완, 홍콩 등 6개국 정도입니다. 한국의 무역의존도가 66%로 OECD국가중 7번째로 높은 상황입니다. 수출의 경제성장기여도도 55%에 이를 정도로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로서는 FTA를 체결해 수출을 촉진시키는 것이 시급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ㆍ칠레FTA가 조기에 발효되고 현재 진행중인 일본과 싱가포르, 멕시코와의 FTA협상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경쟁국간에 FTA 체결이 늘수록 한국시장이 감소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8월 남북청산결제은행으로 지정됐습니다. 앞으로 수출입은행의 대북지원계획은 무엇입니까. 또 개성공단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어떤 전략을 세우고 진출해야 할까요.
-▲청산결제업무가 원활히 수행될 수 있도록 북측과의 협의 및 전산시스템 구축 등 제반 준비작업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또 중소기업의 대북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남북협력기금 제도개선을 통일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중에 있으며, 남북경협조사기능도 강화해 남북경협 조사연구는 물론 중소기업에 대한 경협정보 제공, 투자안내 등의 업무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개성공단은 초기에는 북한의 저임금을 활용해 내수시장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투자가 유망하겠지만, 남한과 체제가 다른 만큼 투자에 따른 위험요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경의선 연결 등 투자여건이 개선되면 투자규모나 분야를 점차 확대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경제규모로 볼 때 우리나라는 세계12위 정도 됩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아직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중 하나가 원조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별로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개도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지원규모는 국민총소득의 0.06%로 선진국 0.23%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합니다. OECD 회원국으로서 국민총소득(GNI)과 교역규모가 각각 세계13위와 12위인 우리나라가 위상에 걸맞는 역할과 책임을 다하려면 공적개발원조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특히 무역마찰을 해소하고 경제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공적개발원조(ODA)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수출입은행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등 대외지원자금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할 계획이 있는지요.
▲지난 10월말 현재 기금조성규모는 1조5,000억원입니다. 승인 누계액은 1조 9,000억원, 대출잔액은 1조원 수준으로 주로 아시아지역 개도국에 3분의 2정도를 지원했습니다. 제한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기금은 개도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우리기업의 시장개척과 경제협력 확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사업을 대상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개도국 정부와의 정책협의를 활성화해 경협효과가 큰 사업을 집중적으로 발굴해 지원할 방침이다. 물론 정부와 협력해 기금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신규사업의 안정적 지원을 위한 기금확대에도 노력할 것입니다.
-행장님은 국제금융통으로 얼마전 `신흥시장 적정환율제도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으셨습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고가 1,500억달러를 넘어 이의 효율적인 운용을 놓고 논란이 많은데요.
▲외환보유고는 다소 넉넉하게 유지돼야 하지만 적정 외환보유고 수준에 대해서는 학계 등에서 더욱 연구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외환보유고가 늘어나고 있고 보유고 유지에는 비용도 따르는 만큼 수익성 제고의 논의는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무역규모가 커지면서 수출입은행의 역할도 날로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수출입은행의 발전전략이 궁금합니다.
▲현재 수출금융, 대외경제협력, 남북협력 등 3가지 주요 핵심사업에 은행의 역량을 집중하는 것을 골자로 한 중기경영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중장기 계획을 토대로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국민소득2만달러달성과 동북아경제중심 건설을 위해 대외무역진흥을 선도하는 핵심은행(Core Bank)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발자취]
신동규 행장은 30년이 넘는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재경부에서 대외협력업무와 국제금융 및 국내금융정책 업무를 담당한 금융통. 행시 14회로 한국은행 외환관리부, 아시아개발은행(ADB)에 파견돼 금융실무를 읽혔고, 옛 재무부 자본시장과장과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기획관리실장,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지내며 금융정책의 골간을 다뤘다.
국제금융전문가로서 신 행장이 크게 주목받은 것은 지난 2001년 재경부 국제금융국장 시절.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회복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했다.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국제신용평가단이 우리 경제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놓지 못하고 있을 때 S&P(스탠더드앤푸어스) 평가단에 객관적인 지표를 제시하며 우리 경제가 건실하다는 것을 설득, 투자적격등급으로 회복시켰다. 그는 아직도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A-로 외환위기 전의 A+보다 두단계나 낮게 평가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북핵문제 등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완화되기를 기대하는 것 외에도 우리 경제의 내수부진을 해결하고 경제주체간의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신 행장은 주문한다.
재경부 재직 시절 해박한 금융지식과 치밀한 업무스타일과 목표한 것을 밀고 나가는 추진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신 행장은 지난 8월 `신흥시장 적정환율제도에 대한 연구`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바쁜 중에도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를 잃지 않고 있다.
(약력)
▲1951년 경남 거제 출생
▲74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81년 영국 웨일즈대학 경제학석사ㆍ2003년 경희대 경제학 박사)
▲85년 아시아개발은행(ADB)파견근무
▲94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장
▲2001년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ㆍ금융정보분석원장
▲02년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03년 한국수출입은행장
[내가본 신동규행장] 김창록 국제금융센터소장
옛말에 `명필(名筆)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어디에서 어떤 역할을 맡든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속이 꽉 찬 실력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자주 사용된다. 이 옛말이 바로 신동규 은행장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오래 전부터 신행장을 가까이에서 보아왔다. 대학시절 4년을 줄곧 같이 보냈고 공직생활도 비슷한 시기에 시작해 거의 30년 가까운 세월동안 한결같이 서로 격려하고 의지하며 동고동락했다. 더불어 살아온 오랜 세월 속에서 필자가 신 행장으로부터 가장 강한 인상을 받은 것은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 그는 진정한 프로(전문가)라는 점이다. 그는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 뜻한 바를 달성하기 위해 때로는 기다릴 줄 알며, 결정적인 시기에는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줄 아는 `선택과 집중`의 명수(名手)다.
2001년 가을 신 행장이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으로 일할 때 워싱턴 출장 도중 싱가포르로 날아가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다드 앤 푸어스(S&P)와 담판을 벌여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으로 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그의 투철한 프로 정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신 행장에게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은 일에 대한 열정과 균형감각이다. 공직시절 긴급한 현안이 생기면 밤을 새워가며 일에 매달리던 열정과 숲을 보면서도 나무를 염두에 두는 탁월한 균형감각은 상사와 동료들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정이 많아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상도 사나이의 무뚝뚝함이다. 이런 성격 때문에 신 행장은 주위로부터 투박하다는 쓸데없는 오해를 받기도 하였지만, 오랜 친구들은 그의 소탈한 모습에 오히려 인간적인 매력을 느낀다.
신 행장과 같은 훌륭한 동료이자 오래된 친구에 대해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매우 행복하게 생각한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양대 축의 하나인 수출 전선에서 수출금융지원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그의 프로다운 모습이 믿음직하기 때문이다.
<대담 : 김희중 경제부장 jj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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