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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다롄 중국채권단 무리한 요구 논란] 채권단간 조기 타협 안될땐 한·중 외교마찰로 비화 가능성

중국 리커창도 개입해 처리 본격화 움직임<br>양국 무역실무회담서 공식의제 가능성<br>"1순위 담보권 요구는 공장 넘기라는 것"<br>국내 채권단 난색… 치열한 신경전 예고

강덕수 STX 회장이 지난 2012년 중국 다롄의 STX다롄 조선해양 생산기지에서 열린 광물운반선 명명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영광의 세월을 뒤로하고 지금은 다롄공장 생존을 위해 한국과 중국 간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서울경제 DB


공상은행 등이 우리 채권단에 STX다롄 중국 근로자의 임금체불 해소와 신규자금 지원을 위한 지급보증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STX다롄 문제가 자칫 한중 양국 간의 외교적 마찰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물론 그동안 한국 채권단의 고통 분담만 주장할 뿐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중국 채권단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신호라는 점에서는 중국 측의 요구가 다행일 수 있다. 하지만 STX다롄에서 손을 떼고 싶어하는 한국 채권단 내 분위기를 감안하면 중국 측의 이 같은 제안이 그대로 수용되기는 힘들다. 특히 임금체불 해소 문제는 양국 모두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어서 한국과 중국 채권단 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고 벼랑 끝 싸움이 불가피하다.

STX다롄 사정에 정통한 중국 현지의 한 관계자는 "이달 27일 한중 간 무역실무 회담이 중국에서 열리는데 STX다롄 문제가 공식 의제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를 앞두고 한중 채권단이 STX다롄 처리 방향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을 갖고 세부적인 방안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STX다롄 한국 채권단 관계자가 중국 측의 요청으로 STX다롄을 방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 채권단은 지난 6월에도 중국을 방문했으나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중국 측이 먼저 요청해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STX다롄 위해 리커창까지 개입 움직임=현재 중국 내에서는 STX다롄 처리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랴오닝성 당 서기 시절 STX그룹으로부터 STX다롄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던 리커창 중국 총리는 최근 하계 다보스포럼이 열린 다롄을 방문하면서 창싱다오(長興島)를 시찰하고 돌아갔다. 창싱다오는 STX다롄이 위치한 산업도시다.

리커창 총리는 이번 다롄 방문에서 다롄시로부터 STX다롄 문제와 관련 보고를 받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다음달에는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을 앞두고 있어 STX다롄의 임금체불 문제를 계속 방치하면 중국 정치권에서도 부담이 된다.

더욱이 이달 말 무역실무 회담에서 STX다롄 문제를 공식 의제로 다루면 중국 중앙정부도 이를 직접 들여다 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처럼 채권단 주도의 기업구조조정 절차가 없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중국 채권단도 움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측 채권단 입장에서 중국의 이런 제안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카드라는 점이다.



산업은행∙농협∙우리∙신한은행 등 국내 채권단의 STX다롄에 대한 익스포저는 전체의 12.5%에 불과하다. 사실상 중국 채권단이 대부분 STX다롄 채권을 들고 있음에도 우리 측에 거의 같은 수준의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게 채권단 생각이다. 채권비율에 따라 배 건조 자금을 일정 부분 댈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은 힘들다는 것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중국 측에 STX다롄의 수주잔량 70척 중 저가 수주로 사업성이 낮은 40척은 배는 계약을 취소하고 나머지 30척에 대해 양국 채권단이 건조 자금을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총 30억위안에 달하는 건조자금 중 중국 채권단이 20억위안을 대고 한국 측과 다롄시 정부가 각각 6억위안, 4억위원을 분담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약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벌 수 있는데 이 기간 동안 회사 정상화나 매각 작업을 추진하자는 게 산은의 생각이었다.

◇1순위 담보권 요구, 사실상 공장 소유권 달라는 것=하지만 중국의 요구대로 임금체불 해소에 채권단이 나서면 사실상 추가적인 신규 자금을 STX다롄에 지원하는 것과 다름 없다. STX조선∙중공업∙엔진 등 국내 계열사를 살리는 데만 3조원이 넘는 돈을 지원해야 하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혹이 하나 더 붙는 셈이다. 국내 채권단 내에서도 의견을 통일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중국 측이 STX다롄에 신규자금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한국 측에서 지급보증을 서달라는 요구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내 STX 계열사들은 STX다롄에 1조원이 넘는 지급보증을 서고 있는 상황이라 추가 여력이 없다. 결국 채권단이 지급보증을 해줘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 산은 등 국내은행이 보유한 STX다롄에 대한 1순위 담보권 이양 문제도 한중 채권단 간 접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순위 담보권을 달라는 것은 공장 소유권을 자신들에게 넘기라는 것이나 진배 없다.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도 기자와 만나 "협상을 더 해봐야 한다. 우리 채권단은 STX다롄의 소수 채권자에 불과하다"며 중국 측의 일방적인 요구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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