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에서 투자하는 단순하고도 재미난 투자방법 중 하나가 '다우의 개(Dogs of the Dow)'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 투자방법은 다우지수를 구성하는 30개 기업 중 전년도 배당수익률이 높은 10개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굳이 이 투자법을 개로 지칭하는 이유는 배당금은 많지만 주가가 천천히 올라 제대로 대접을 못 받기 때문이다. 저평가를 개로 표현한 셈이다.
실제 지난해 배당수익률이 높아 올해의 다우의 개에 뽑혔던 존슨앤드존슨ㆍ머크ㆍ화이자ㆍ버라이존ㆍAT&Tㆍ인텔ㆍ듀폰ㆍ휴렛팩커드ㆍ맥도날드ㆍGE 등 10개 기업의 주가는 평균적으로 22.2% 상승해 같은 기간 다우지수 상승률(16.9%)을 앞질렀다. 특히 휴렛팩커드는 연초 대비 83% 뛰었고 듀폰은 32%가 오르는 등 대부분 다우의 개가 상승했다. 과거 다우의 개에 투자할 때의 수익률이 매년 다우지수를 상회했다는 점에서 단순하지만 의미 있는 투자방법이라 보여진다.
그런데 최근 다우지수를 구성하는 기업의 변경 소식이 있었다. 기존에 뱅크오브아메리카ㆍ휴렛팩커드ㆍ알코아 등 3개 종목이 제외되고 골드만삭스ㆍ비자ㆍ나이키가 새로 편입됐다. 다우지수는 기본적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30개 기업의 주가를 평균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코스피처럼 시가총액 산정 방식이 아니다. 따라서 특정 기업이 속한 산업을 대표하지 못하거나 주가가 지나치게 낮거나 높으면 지수에 영향을 줘 제외된다.
이번 구성종목 변경으로 미국 경제의 판도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먼저 정보기술(IT)산업의 중심축이던 PC 시장의 퇴조다. 휴렛팩커드로 대표되는 하드웨어산업보다는 금융서비스기업인 비자가 편입됐다. 또 대표적인 전통제조업을 영위한 알루미늄기업 알코아가 빠지고 스포츠 등 소비재산업을 대표하는 나이키가 들어갔다. 아울러 전통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제외되고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포함된 것도 금융업계의 위상 변화를 보여준다. 이에 따라 다우지수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2%에서 19%로 낮아질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지난 1999년 다우지수에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편입되면서 IT 성장시대를 알렸고 2004년 버라이존ㆍ화이자 등이 편입되면서 첨단서비스산업으로의 경제 재편이 이뤄지기 시작했으며 이번 변경으로 소비와 서비스 중심의 산업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그러면 과거 다우지수에 새롭게 편입됐던 '다우의 루키'들의 수익률은 어떨까. 2004년에 편입된 버라이존은 6개월 수익률이 7.3%로 다우지수(-2.3%)를 앞질렀으며 2008년에 편입된 셰브런은 편입 후 6개월간 수익률이 금융위기의 파장 속에서도 다우지수의 수익률을 넘어섰다. 2009년에 편입된 시스코와 트래블러스의 편입 후 6개월 수익률도 다우지수를 초과했다.
다우지수에 신규 편입되는 종목이 모두 강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스포츠에서 새로 입단한 신인선수를 부르는 '루키(rookie)'처럼 다우지수에 새로이 편입된 다우의 루키도 경제구조와 시장 트렌드의 변화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한번쯤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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