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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국수호의 춤 '미마지의 무악'-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


지난 6일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국수호의 춤 '미마지(味摩之)의 무악(舞樂)'이 무대에 올랐다. '미마지'는 일본에 춤과 기악을 전한 백제의 무용가로, 이번 공연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한국무용의 대가 송범 선생이 창시한 무용극을 완벽한 예술로 정착시킨 현존하는 최고의 남성 한국무용가 국수호의 무대는 무려 40년 전부터 구상을 시작해 20년간 일본을 오가며 일궈낸 열정의 산물이자 한일 공연예술의 역사적인 복원을 실현한 것이다.

'한일 춤 문화 1,400년간의 인연'을 주제로 한 공연에서 일본 중요무형문화재 '노(能)'의 보유자인 사쿠라마 우진은 그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이즈츠(井筒)'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전달했다. 국수호 안무의 미마지의 무악은 미마지가 서기 612년에 백제 무왕의 지시로 일본으로 건너가 왕족에게 백제춤을 가르친 원형을 복원하는 의미의 공연이었다.

1989년 필자가 서울예술단에 재직했을 때 예술 총감독을 지냈던 국수호는 그때부터 뛰어난 안무 실력과 춤 솜씨는 물론이거니와 놀라운 아이디어의 소유자이자 무대미술까지 총망라하는 연출가적 기질도 갖추고 있었다. 우리 시대의 춤꾼 정재만과 동갑내기 무용가로 두 사람이 최고의 자리에서 한국무용의 미래를 선도해왔는데 지난해 불의의 사고로 정재만이 유명을 달리했으니 이제는 그 자리를 홀로 지키며 이끌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인물임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립무용단 최초의 남성 직업무용수로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한국무용계에 뛰어들어 수많은 업적을 일군 무용가 국수호. 타고난 천재성과 집요한 노력으로 자신을 소진시켜 창조해놓은 그의 작품은 춤의 심혼 속에서 발아돼 대한민국 무용계에 꽃을 피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15년 이제 곧 일흔을 바라보는 국수호의 몸짓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고 위용 있는 자태로 무대를 압도했다. 세대와 세계를 아우르는 그의 안무는 광대무변한 우주 속에 가장 빛나는 별처럼 반짝였다.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7세기의 백제무용이 일본 최고의 공연문화인 노로 발전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끊임없는 연구와 예술가적 심미안으로 가슴을 울린 무대로 만들어낸 한국무용의 거장 국수호. 그는 '춤'이라는 몸의 언어로 한국과 일본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한일 관계의 장벽을 허물고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이 글을 빌려 612년 백제의 미마지가 한국 춤을 전수하기 위해 떠났던 그 여정을 한 발자국도 놓치지 않고 춤으로 뒤따른 그에게 다시 한 번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뜨거운 몸짓으로, 서로 한없이 존중하며 겸허한 무대를 보여 준 한일 양국의 예술가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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