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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9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브리핑룸. 저축은행 3차 구조조정 명단 발표를 앞두고 긴장감이 흘렀지만 정작 브리핑 단상에 오른 것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아니었다. 직접 퇴출 명단을 불러내려가던 1ㆍ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비교되는 대목이었다.
지난해 1월14일 삼화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세 차례에 걸쳐 단행된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지난해 16개에 이어 4개 저축은행이 추가 영업정지되면서 16개월 만에 20곳이 문을 닫았다. 특히 지난해 9월 업계 2위 토마토에 이어 이번에는 예금액 4조원, 예금자 수 20만명에 육박하는 업계 1위 솔로몬까지 퇴출되면서 '대마불사'는 사라졌다. 하지만 저축은행에 대한 고객들의 불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퇴출 기준을 놓고 금융 당국이 업계와 놓고 벌인 논쟁은 구조조정이 끝나고도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마침표=지난해 1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대형사까지 단칼에 날렸다. 업계 1위 솔로몬, 2위 토마토, 3위 한국 등 저축은행 '대표선수'들이 모두 무대 아래로 내려갔고 현대스위스만 간신히 살아남았다.
대형 저축은행 퇴출로 업계 규모는 크게 쪼그라들었다. 4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면서 저축은행 총자산은 51조3,000억원까지 내려앉았다. 구조조정 이전인 2년 전보다 40% 이상 급감한 것이다. 숫자로 따져도 계약이전됐거나 매각된 저축은행 등을 감안하면 실제 영업 중인 저축은행은 89개로 2년 만에 9개가 순감했다.
저축은행이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정부 규제 완화로 업무영역이 넓어진 저축은행들이 무분별하게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에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에 앞다퉈 뛰어든 대형 저축은행이 부동산경기 위축에 직격탄을 맞은 결과"라고 총평했다.
◇퇴출 기준 두고두고 논란될 듯=금융 당국은 저축은행 퇴출 기준을 따질 때 자구계획의 현실성을 유례없이 깐깐하게 따졌다. 자산매각과 외자 유치계획도 '진성' 여부를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나름 마련한 자구책이 인정 받지 못하자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날 발표에서도 당국은 임석 솔로몬 회장의 잇따른 언론 인터뷰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해 경영진단 당시 솔로몬은 6월 말 기준으로 거액의 당기손실(1,769억원)이 발생해 자본금(1,040억원)의 89%가 잠식된 상태였다"며 "검사 과정에서는 자기자본이 117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된 상황에서 거액의 부실대출담보를 유입해 부실자산을 은폐하려 했고 그 액수가 1,906억원으로 자기자본의 16.3배나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퇴출 기준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이 전례 없이 강도 높은 검사를 벌인 점이나, 차주의 상환능력에 문제가 없는데도 증액대출을 이유로 충당금을 늘리도록 요구하는 등 일관성 없는 잣대를 들이댔다는 반발 때문이다. 금감원 안팎에서도 부실검사, 뇌물 수수 등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감독 당국이 '부산저축은행 트라우마'를 못 이기고 대형사들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분간 추가 구조조정 없다=정부는 4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발표 후 뱅크런 가능성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장만 차분하게 받아들인다면 추가 퇴출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부동산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대부ㆍ여신전문업계 등과 비교해 뚜렷하게 내세울 경쟁력이 없는 상황에서 저축은행들이 어떻게 자생력을 회복할지는 미지수다. 업계 맏형이었던 대형 저축은행들이 구조조정으로 사라져버리고 금융지주회사들이 계열 저축은행을 거느리게 된 상황에서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먹거리를 찾아내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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