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호 기자<정치부>
9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8층 특임장관실 대회의실. 40여명의 장관실 직원들이 모인 가운데 3개월간 장관 대행을 해온 김해진 차관이 이임식을 가졌다.
이임식 내내 직원들의 얼굴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고 여기저기서 수군거리고 있다. 조직이 와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초조함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차관이 이날 퇴임함에 따라 특임장관실은 지난 9월에 사퇴한 이재오 전 장관을 포함해 장ㆍ차관이 모두 공석이 됐다. 부서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특임장관은 정부조직법에서 대통령의 지명한 일은 하는 무임소 장관이다. 정치권과 정부의 소통 강화를 이유로 10년 만에 현 정부에서 부활했다.
물론 장관과 차관이 없다고 부서가 개점휴업 상태라는 것에 대해 특임장관실 직원들의 불만은 전혀 없다. 오히려 내부 결속력은 더욱 높아졌기 때문에 그런 지적은 타당치 않다고 반박한다.
직원들이 동요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장ㆍ차관 인사에 연이어 특임장관실이 배제됐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인사수요가 있는 곳에 인사를 한다고 했지만 김 차관을 포함해 이 전 장관이 4월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는데 특임장관실의 후속인사는 없었다.
장관과 차관이 없어 업무공백이 우려된다. 특히 국민의 혈세인 올해 예산 100억 가량이 머리가 없는 부서에서 쓰여질 상황이다. 특임장관실에 관한 한 청와대의 인사원칙으로는 설명이 불가피해 보인다. 게다가 올해 두 번의 큰 선거가 있는데 정부를 대표해 정치권과 소통해야 하는 특임장관실의 업무공백은 ‘실용’을 주창하는 이명박 정부와도 맞지 않다.
청와대의 특이한 임명 스타일은 사실 색다를 것이 없다. 국회와 금융권이 촉구하고 질타를 해도 장관급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20개월 가까이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어처구니 없는 임명권 횡포에 대한 여론의 지적이 따가운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청와대의 해명과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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