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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 낙인' 공포에 휩싸인 기업… 마녀사냥으로 번질 우려

효성 "이미 계열분리… 관련없다" 선긋기 속<br>"합법적 회사 많은데…" 무차별 공개 비판도<br>역외탈세 정조준 국세청 조사는 탄력 예상

뉴스타파 관계자들이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공동취재 기자회견' 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자료를 보고 있다. /이호재기자


독립언론인 뉴스타파가 22일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기업인 명단을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다. 더욱이 뉴스타파가 확인한 145명 가운데 재벌 총수나 거대 기업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진데다 매주 한두 차례 순차적으로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어서 기업들은 다시 한번 '탈세의 공포'에 빠져들게 됐다.

하지만 조세피난처 명단을 여론몰이 식으로 밝히고 나서는 데 대한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누가 봐도 분명한 탈세행위에 대해서는 엄단해야 하지만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이유만으로 공표할 경우 자칫 마녀사냥 식으로 나쁜 낙인만을 찍을 수 있는 탓이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은 물론이고 글로벌 유명 기업들도 사업상 어쩔 수 없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관행처럼 받아들여진다.

◇"이름 대면 알 만한 재벌 총수도 포함"=조세회피지역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된 개인은 모두 5명이다. 이수영 OCI 회장 부부와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씨, 그리고 조욱래 DSDL(옛 동성개발) 회장과 장남 조현강씨 등이다. 이수영 OCI 회장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수십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국외계좌에서 운용한 사실을 시인했다. OCI 이외 나머지는 계속 회의를 하고 있다고만 밝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이날 공개된 명단 가운데 주목을 받은 곳은 조 회장이다. 효성 오너 일가이기 때문. 효성은 2009년 해외 부동산 매입 은닉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는데 이번에 다시 그 일가가 조세피난처에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때문인지 효성 측에서는 선긋기에 나섰다. 효성에 불똥이 튈 것을 경계해서다. 효성의 한 관계자는 "DSDL은 부동산개발회사인데 효성과는 이미 1980년대에 계열분리가 끝났다. 조욱래 회장은 조석래 회장의 막내 동생일 뿐 회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앞으로 공개할 대상자들이 더 거물급이 많다고 밝혀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뉴스타파는 "245명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재벌 총수와 총수 일가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번 명단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해주는 '포트컬리스 트러스트 넷(PTN)'과 '커먼웰스 트러스트(CTL)' 내부자료에 담긴 13만여명의 고객 명단과 12만2,000여개의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정보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마녀사냥 식 공개 우려도=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회사 등의 명단이 무차별적으로 공개되는 것을 두고 비판의 시각도 있다. 특히 명단도 매주 한두 차례 순차적으로 발표될 예정이어서 탈세나 비자금 조성 등의 색안경을 끼고 관련 회사를 볼 경우 마녀사냥 식의 흐름으로 흘러갈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페이퍼컴퍼니는 세금이 싸고 거래가 자유로운 장점 등이 있어 70~8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면서 "페이퍼컴퍼니 설립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페이퍼컴퍼니 설립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불법자금이 오갔는지, 외환관리법을 제대로 지키고 세금은 합법적으로 납부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도 "정부가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들이려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조세피난처를 통한 기업활동은 제도적으로 이미 역사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진 한국탐사저널리즘 대표도 이날 브리핑에서 "(페이퍼컴퍼니를) 합법적으로 설립한 것도 있을 수 있다. 옥석을 구분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 역시 조사에는 나서겠지만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조세피난처에 계좌나 법인이 있다고 해서 모두 탈세와 연결된 것은 아닌 만큼 공개된 사람과 법인이 모두 역외탈세와 연루됐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것. 국세청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외국에 법인을 세우고 해외 금융자산을 제대로 한 업체도 많다"고 말했다.

◇국세청 역외탈세 조사 탄력=역외탈세를 정조준하고 있는 국세청의 조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청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입수한 것으로 알려진 역외자산 관련 자료 입수를 시도했지만 "정부 측에는 제공하지 않겠다"는 ICIJ의 방침에 따라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세청은 특히 미국ㆍ영국ㆍ호주 등 역외탈세 정보를 상당량 확보한 국가와 정보 공유를 하기로 하고 현재 구체적인 자료 확보를 위한 실무협상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어서 조사규모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영국ㆍ호주 당국이 공조를 통해 확보한 자료 분량은 무려 400GB에 달한다. 지난달 초 ICIJ가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260GB의 분량보다 방대하다. 더욱이 ICIJ와 뉴스타파가 이날 1차 발표에 이어 추가 발표를 하기로 한데다 미국ㆍ영국 국세청 등으로부터의 한국인 역외탈세 관련 자료 입수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조사 진전상황에 따라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은 이날 발표된 명단에 대해 탈세혐의가 있는지 정밀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나 기업의 해외계좌 개설 여부, 계좌의 성격, 개설 방식 및 사용내역 등 확보 가능한 자료를 토대로 탈세혐의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와 별개로 10여곳의 기업을 상대로 역외탈세 관련 점검을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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