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노상' 김환기 '풍경' 장욱진 '마을' 등<br>8명의 명작 '근대미술명품전'서 이달까지 전시
| 장욱진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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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근 '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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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환기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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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미술사에 기여한 거장들의 작품이지만 도록에서만 작품 흔적이 보였을 뿐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그림들이 수십 년 만에 첫 바깥나들이를 한다. 오는 31일까지 인사동 가람화랑에서 열리는 '한국근대미술명품전'이다. 제작 직후 전시와 함께 소장가의 손으로 들어간 박수근, 장욱진, 김환기 등 8명의 미공개작이 소개된다.
지금은 '국민화가'로 불리는 박수근이지만 생전의 그는 그림만으로 먹고 살기가 빠듯했다. 그런 작가에게 당시 미 대사관 문정관 부인인 마거릿 밀러 여사는 격려와 작품 구입으로 경제적 곤궁을 해결해 줬고, 화가와 컬렉터로 만난 이들은 바다 건너 편지를 주고 받으며 친분을 쌓았다. 출품작 '노상'은 밀러 부인과의 인연이 깊다. 가로 31cm의 자그마한 그림으로 1985년 열화당에서 출간한 도록 '박수근'에 등장하지만 실물을 볼 수 없었다. 그 존재는 마거릿 밀러 부인의 거실을 찍은 흑백사진에서 드러났다. 이를 확인한 박수근의 부인 김복순 여사가 세상에 흩어진 남편의 작품을 재구입하는 과정에서 그림을 되찾아와 이번에 선보이게 됐다. 박수근 특유의 향토성과 고향의 정취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인 수화 김환기의 '풍경'은 그림만 봐서는 김환기 작품인지를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 니혼대 예술학원에서 수학할 당시 도쿄시대(1933~1938)를 보낸 김환기의 1936년 작이다. 독일 바우하우스의 영향을 받은 기하학적 구성, 분할주의 등 추상성에 대한 젊은 작가의 탐구과정을 엿볼 수 있다. 브리태니커에서 출간한 '김환기' 도록에 3번째 작품으로 실려 진위가 확인됐다.
순박하고 자유로운 필치를 가진 장욱진의 1970년작 '풍경'도 사연이 있다. 전성기의 장욱진이었지만 그 해에는 단 4점 밖에 그림을 남기지 않았다. 1970년의 어느 날 장 화백은 불경을 외는 부인의 모습에 영감을 얻어 불입상(佛立像) 형태의 초상화를 그렸다. 장 화백이 아내의 애칭을 빌려 '진진묘'라는 제목도 직접 붙였다. 그러나 몇 날 몇 일을 먹지도 잠자지도 않고 그림을 그리는 바람에 기력을 소진한 작가는 수개월간 몸져 누웠다고 한다. 그 바람에 이 시기의 작품수가 적고 그래서 더 귀하다. 또 다른 출품작 '마을'은 작은 그림을 주로 그린 장욱진의 유작 중 대작(60.5x49.8cm)에 속한다.
이 외에도 30점 미만의 유작만을 남긴 김경의 '명태', 김환기ㆍ유영국과 함께 한국 최초의 추상그룹인 '신사실파'를 결성한 이규상의 '콤포지션2'를 비롯해 이봉상, 정규 등 도록에서만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던 근대거장들의 명작이 처음으로 바깥 나들이를 한다.
전시를 기획한 송향선 가람화랑 대표는 "이들 작품이 소장가들의 손에 들어가던 그 시기는 그림을 투자용으로 생각하는 요즘 미술시장과 달리 철학과 고집이 있던 때였다"라며 "9명의 소장가들이 그림을 팔지 않고 양호한 상태로 잘 보존한 덕에 궁금했던 이들 작품을 실물로 만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02)732-6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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