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구축 사업이 예산 부족이라는 암초에 부딪쳐 예상보다 수개월 더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가 1주년을 맞았지만 그 사이 재난망은 시범사업 날짜조차 잡지 못한 상황이다.
16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재난망 구축 시범사업 공고는 일러야 5월 초, 늦으면 6월 이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에서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예산안이 너무 많다며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일정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처는 지난달 3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방부의 추가 단말기 요청을 반영해 기존보다 단말기 2만대, 예산 250억원을 늘려 보고했으나 기재부는 세수 부족을 이유로 예산안을 세부보고 내용에서 뺐다. 이에 안전처는 최근 470억원의 사업 예산이 확정된 시범사업만이라도 먼저 시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재부에 요청했지만 기재부는 "총 사업비 검토가 끝난 뒤 시작하자"며 이를 거절했다.
이 때문에 올 연말까지는 마칠 계획이었던 시범사업 종료 시점도 내년으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지금 같은 추세면 시범사업 종료 시점이 내년 3월께까지 미뤄질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시범사업이 내년 1·4분기까지 넘어가게 되면 남은 본사업 일정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모든 사업이 몇 달씩 밀려나면서 당초 바람대로 이번 정부 안에 구축 사업을 완료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기재부에서 정보화전략계획(ISP)에서 이미 산출한 예산안을 대폭 삭감할 경우 온전한 망 구축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애초에 올해 안에 시범사업을 모두 마친 뒤 내년 초부터 1년간 세종·충북·강원·전남·전북·경남·제주 등 9개 시도에 확산사업을 실시하고, 2017년에는 서울·경기와 6대 광역시까지 망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박근혜 정부 임기에 사업을 매조짓는 게 목표였다. 사실 현 재난망 구축 사업은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인 지난 5월 박 대통령이 "11년째 진전이 없는 재난망 구축사업을 조속히 결론내겠다"고 선언하면서 부랴부랴 추진됐다.
심진홍 국민안전처 재난안전통신과장은 "현재 검토 중인 예산은 좀더 깎일 확률이 높다"며 "올 연말 마칠 생각이었던 시범사업은 내년 1~3월까지 시행해야 할 것 같고, 본사업도 당초 계획대로 내년 1월 당장 시작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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