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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6월 18일] 더불어 사는 세상

우리 동네는 우면산 자락에 있는 전형적인 주거 지역이다. 전에는 단독주택이나 기껏해야 연립주택 정도로 형성된 조용하고 아늑한 주택가였는데 지금은 필지들을 합쳐 아파트가 몇 동씩 재건축으로 들어선 동네다. 기존 도로들은 대부분 유지돼 있고 기존 건축물들도 남아 있어 그런대로 마을이 갖추어야 할 요소들이 잘 구비된 편이다. 대단위 아파트 단지처럼 담배 하나 사려 해도 차 타고 중앙상가까지 나가야 하지 않으니 살면서 더 우리 동네에 사는 맛을 느낀다. 요즘 획일적으로 바뀌는 아파트 단지처럼 공원화된 훌륭한 조경과 보행도로는 없지만 크고 작은 집들이 길을 통해 연결돼 있고 각종 가게들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길가에 자리잡고 있으니 생활하기에 편리하고 사람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좋다. 노변주차로 골목에는 차와 사람이 엉키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 지저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익숙해지니 그냥 자연스럽다. 세탁물을 맡기고 찾아오고 하면서 마주치는 일상의 피로에 젖은 아주머니도 애처롭고 거의 휴일 없이 머리를 다듬어주는 이발소 아저씨, 미용실 언니도 안쓰럽다. 생업에 열중하면서 이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부분들을 담당하는 착한 모습들이 그저 고맙고 성실한 삶의 자세들이 보는 사람을 숙연하게 한다. 김치찌개에 막걸리 한잔 걸치는데 따듯한 얼굴로 보살펴주는 종업원의 정성에 눈물이 날 뻔했다. 더울까 봐 선풍기도 갖다주고 여러 가지 곰살맞게 배려해주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비싼 음식점에서 형식적인 예의와 말투로 손님을 맞고 나갈 때 팁이나 바라는 모습이 아니라 사람의 정을 느끼게 하는 덜 예쁜 모습이 얼마나 더 예쁠 수 있는가는 경험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온 집안 식구들이 다 나서서 순대국을 말아 파는 집 할머니와 아저씨ㆍ며느리도 삶의 향기를 느끼게 한다. 최고의 맛이라 칭찬하니 순대를 더 얹어준다. 은행 여직원이 식구들을 다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따님 결혼식에 꼭 가려 했는데 아기가 갑자기 아파 못 갔어요” 하면서 너무 예쁜 신부를 못 봐 안타깝다며 부조봉투를 건네준다.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모두 자기 일 열심히 하면서 잘 맞춰진 톱니바퀴처럼 서로 인정하고 사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세금을 많이 내든 한푼도 내지 않든 모두가 이 사회를 구성하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단지 잘산다고 또는 못산다고 해서 미워하거나 업신여겨서야 되겠는가. 행복은 감사에서 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미움으로 세상의 가치를 오도하는 사람들에게 일깨워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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