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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끝에 만나는 내면 속 '아기 같은 나'

조각가 송진화 3년 만에 개인전

7월8일까지 '아트사이드갤러리'

송진화 개인전 '너에게로 가는 길' 전시 모습

강아지 '해피'를 업고 슈퍼우먼처럼 왼팔을 길게 뻗고 날아가는 조각상 아래. 어두운 방을 들어서면 노래방의 조명 돌아가듯 별빛이 쏟아진다. 큰 눈으로 밤하늘 별빛을 받아들이는 여자가 정수리와 어깨에 별을 얹고 돌아본다. 이 설치작품의 제목은 '별마중'. 해설처럼 붙여진 자막에는 이렇게 썼다. "오뉴월 하루볕의 감미로움과 별과 달과 바람에 설레이는 나는 조금 아홉 살짜리…"

때론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섬뜩하게 내면의 풍경을 표현해온 조각가 송진화가 3년 만에 개인전 '너에게로 가는 길'을 열고 있다. 신작 40여 점을 내놓은 이번 전시는 전반적으로 조금 밝아지고 차분한 느낌이 강해졌다. 길게 찢어진, 먼 곳을 향한 눈빛과 여리여리한 몸매, 여성적인 패턴의 원피스는 여전하다. 하지만 구름·바람·별 등을 소재로 가져온 서정적인 작품이 많아졌고, 사색과 성찰의 시간이 더 많이 표현됐다. 강렬한 눈빛에 힘을 더하던 강철 눈썹이 드물어지고, 잘 안 보이던 입이 소녀처럼 방긋방긋 웃기까지 한다.

익숙한 분노와 갈등, 자기 파괴적인 감정을 표현한 작품은 지하 전시장 가장 깊숙한 공간, 벽 뒤에 주로 모여 있다. 여자가 단정히 앉아 투명한 약병을 쥐고 뚫어져라 쳐다보는 '최후의 만찬'을 중심으로, 벽에는 10개의 식칼이 꽂혀있다. 여자가 쥔 어떤 칼은 여전히 고민하고, 어떤 것은 이미 등 뒤에서 가슴 사이를 관통했다. 그렇게 고통은 여전히 진행 중이면서도, 한 발짝 더 나아가 내면 깊은 곳에 가서 닿는다. 썩은 나무 등걸처럼 구멍이 숭숭 난 벗은 몸을 내보이는 '엄마의 청춘', 깨진 거울을 밟고 서서 거울을 응시하는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에서처럼 상처는 흉터가 됐다. 그리고 더 이상 성낼 것도 감출 것도 없는 듯 느슨한 주먹으로 자신을 마주 본다. 긴 터널을 지나 돌아보니 축축한 발자국 같은.



그리고 만난다. '아, 너였구나'. 한 평 남짓한 공간을 두른 얇은 커튼 속, 엄마 뱃속의 아기처럼 가는 생명줄 하나에 거꾸로 매달린 작품. 관람객이 실제로 안아볼 수 있게 의도된 공간 속에서, 작가는 시련을 모두 겪어내고서야 만나는 '아기 같은 나'를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는 그간의 작업과 다른 부조 누드작품 2점도 함께 전시됐다.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7월 8일까지. (02)7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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