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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곳간 채우다 성장동력 '흔들'

[稅收부족 메우기 곳곳 경고음] 내용

나라 곳간을 채우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안들을 보면 역대 어느 정권보다 절박함이 엿보인다. 하지만 관료들의 아이디어는 ‘눈에 보이는 수’들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곳곳이 화(禍)를 불러올 수 있는 요인들로 가득하다. 우선 정부가 첫번째 카드로 내민 공기업 지분 매각. 정부는 이미 지난 98년부터 2002년 6월까지 공기업을 팔아 15조8,431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민영화라는 고유의 목적이 아닌 세수부족을 충당하기 위해 지분 매각 카드를 꺼냈다. 본말이 전도됐으니 부작용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 기업은행 매각이 대표적 사례다. 외국 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을 장악하면서 기업금융은 설 자리를 잃었고 기업은행이 그나마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행마저 지분을 팔면 정책금융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고 중소기업들의 설 자리는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문석호 열린우리당 의원은 “중기 대출시장에서 기은 점유율은 16.5%에 이른다”며 “정부의 직ㆍ간접 지분이 51% 이하일 경우 해외차입금 중 3조원 규모에 대해 만기 전 상환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기업에 대한 배당금을 높이는 방안도 약보다는 독(毒)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받은 공기업 배당금은 98년 1,589억원에서 올해 3,346억원으로 두배 이상 늘어났다. 공기업의 이익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내부 유보 없이 정부가 이런 식으로 호주머니를 털어가면 수익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공기업 특성상 대규모 설비투자를 계속해야 하는데 지분 매각에 따라 정부 영향력이 줄어들다 보면 공기업 본연의 임무를 게을리할 수밖에 없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기업 수익악화는 미래 투자잠재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익금의 효율성 여부(투자 혹은 배당)보다 세수부족에 치우치면 적잖은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공기업 등의 추가 상장론도 마냥 반길 형편이 아니다. 우량주 유통물량 증가 등의 효과가 예상되나 거꾸로 시장의 기반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주식비중이 41%에 이르고 있는데 이들은 언제든 한국을 떠날 수 있는 투자자”라며 “이들이 주식을 팔지 않을 것을 전제로 우량주가 씨가 마르고 있다고 단정해 공기업 추가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우를 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80년대 말 우리 시장은 국민주 형태로 공급된 한전ㆍ포철주가 물량부담으로 작용,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일각에서는 공적자금 회수액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산업은행에 출자 전환 기업의 조기매각을 종용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온다. 시한을 박아 놓고 매각에 나서다가 물건 가치만 떨어뜨리는 잘못된 사례가 되풀이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제도의 폐지도 논란거리. 정부는 이를 폐지하는 대신 비(非)수도권 중소기업에만 한정해 적용할 방침이다. 수도권 내 중소기업이 140만여개로 전체의 46.7%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안대로라면 서울 소재 중기는 연간 2,155억원, 경기도 1,171억원, 인천 132억원 등 3,458억원의 세 부담을 추가로 떠안게 된다. 기업들의 성장동력을 빼앗는 것은 이것뿐 만이 아니다. 정부는 국내 기업간 특허권 이전 때 주어지던 세제혜택을 폐지하기로 한 상황. 특허권 이전에 따른 세 혜택 부여를 외국기업과 국내기업간의 이전으로 한정한다는 것이다. 소(세수 부족)를 잡으려다 외양간(성장의 힘)을 태울 판이다. 민간에 이처럼 부담을 지우면서도 정작 정부의 씀씀이에서는 자린고비의 자세를 좀처럼 찾기 힘들다. 올 1ㆍ4분기 재정집행 상황은 이를 단적으로 입증한다. 교육인적자원부ㆍ행정자치부ㆍ건설교통부ㆍ보건복지부ㆍ농림부 등 5개 부처의 재정집행 실적을 분석한 결과 21조9,000억원 중 60.6%인 13조2,800억원이 교부금ㆍ보조금 용도로 사용됐다. 5개 부처는 1ㆍ4분기 21조9,000억원의 예산을 사용했는데 이는 1~3월 총 예산집행 실적(34조2,000억원)의 64%에 해당되는 규모다. 교부금은 지자체의 인건비 등으로 사용되며 보조금은 저소득층의 주거ㆍ생활여건 개선에 주로 사용된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예산집행은 20~30%에 머물렀다. 예산이 비생산적 부분으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노영훈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아웃소싱을 통해 정부지출을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며 조달예산을 일례로 들었다. 비용이 훨씬 싼 민간에 정부조달을 과감히 넘기고 이를 통해 정부 인건비를 줄이면 작은 정부를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도 “정부가 세수부족에 매몰될 경우 우려되는 부작용도 적지않은 게 현실”이라며 “항목별로 꼼꼼히 분석, 자본시장과 경제 활성화에 부담이 되지 않는 방안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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