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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정취‥활기찬 젓갈시장‥부여·강경

고향의 정취‥활기찬 젓갈시장‥부여·강경 도심을 휩쓰는 바람이 제법 가을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이번 주말에는 가을정취가 물씬 풍기는 충남 부여군과 강경읍으로 떠나자. 백제 망국의 한과 설움이 물씬 배어있는 부여. 국내 최대 규모의 젓갈시장이 있는 강경읍. 아무리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다지만 여행 코스로 함께 묶기엔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가을은 쓸쓸하면서 고적하기만 한 게 아니다. 겨울을 준비하는 젓갈시장의 활기도 가을의 몫이다. 부여의 유적지를 돌아보며 하루를 보낸 뒤 다음날 강경에서 김장 젓갈을 산다면 알찬 여행이 되리라. 『부여』 하고 되뇌이는 순간, 비애가 저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듯하다. 서기 660년 백제가 멸망할 때 부여(옛 사비성)의 인구는 약5만명으로 추산되나지금 백제 유적은 거의 없다. 나·당 연합군이 모든 것을 불지르고 약탈하고 철저하게 파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부여는 보는 곳이 아니고 느끼고 상상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부여에 남은 것이라곤 무심한 주춧돌이나 기와, 때려 부술 수 없었던 자연 경관뿐. 대표적인 게 부소산성과 낙화암이다. 부소산에 자리잡은 부소산성은 삼충사·낙화암·반월루·고란사·고란약수터 등이 있어 관광객이 가장 많이 들르는 곳이다. 성곽도 일부 복원돼 있고, 무엇보다 오솔길 산책로가 일품이다. 정문을 통해 들어갈 수도 있지만 구드레유원지에서 유람선을 타고 들어가는 게 더 좋다. 바로 낙화암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궁녀와 백제 여인들이 꽃비가 되어 떨어져내린 곳. 특히 해질 무렵 낙화암이 핏빛처럼 붉게 물들 때면 서러운 정한은 극에 달한다. 선착장에서 내려 5분쯤 계단을 오르면 바로 고란사다. 은행나무 고목에 둘러싸인 아담한 사찰이다. 때마침 지난 30일 법당에서는 「백제 31대 의자대왕 영토(靈土) 봉안식」이 열리고 있었다. 왕자와 대신 88명, 백성 1만3,000명과 함께 당나라에 끌려가 곧 병사한 의자왕의 넋을 위무하는 행사이다. 의자왕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하남성 낙양시 교외 북망산의 흙을 퍼다가 고란사에서 봉안한 뒤 능산리 고분에 안치했다고 한다. 이처럼 부여 사람들의 의자왕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백제를 망하게 한 폭군」라는 세간의 인식은 승리자인 신라에 의해 조작됐다는 것. 실제 「삼국사기」는 「왕이 궁인과 더불어 음탕, 탐락하여 술마시기를 그치지 않았다」고 비하하면서도 어떤 대목에서는 「용감하고 담대하며 결단력이 있었다」고 묘사한다. 조금 더 오르면 바로 낙화암 위 백화정이다. 정자 옆에는 「… 모르는 아이들은 피리만 불건만/맘있는 나그네의 창자를 끊는다…」는 이광수의 시귀가 새겨져 있다. 이밖에 유적으로는 시내 한복판의 정림사지 5층석탑이 거의 유일하다. 또 백제 무왕 35년에 축조된 궁남지는 일본 정원의 원조가 되었던 곳이다. 그나마 화려했던 백제문화를 보고싶다면 국립부여박물관이 권할만하다. 각종 문양전, 와당, 토기 등 1만1,000여점의 유물을 보관하고 있다. 부여읍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면 다음날은 강경읍 젓갈시장이다. 주말이면 김장철을 앞두고 서울·경기도는 물론 강원도 등에서 관광버스 수십 대가 몰린다. 새우젓부터 조개젓, 황석어젓, 멸치젓, 어리굴젓 등 없는 게 없다. 가격은 육젓(새우젓) 1㎏이 2만~3만원, 추젓 1㎏ 5,000~1만원, 명란젓 1㎏ 2만~3만원, 멸치액젓 10㎏ 1만5,000~2만원 정도이다. 논산시에 따르면 요즘 하루 판매되는 젓갈 드럼 수는 250여개. 국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이곳에서 숙성·발효시킨다고 한다. 특히 강경젓갈이 유명한 것은 맛 때문이다. 강경전통맛갈젓협의회 최현복(44)씨는 『강경 젓갈은 재래식 토굴 대신 저온창고에서 숙성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 젓갈보다 짜지 않고 삼삼해 요즘 사람들의 입맛에 맞다』며 『덤이 더 많을 정도로 인심이 후하다』고 자랑한다. 강경장은 구한말만 하더라도 평양·대구와 더불어 「국내 3대 시장」으로 꼽히던 곳. 금강 중류에 위치한 강경포구는 충청·호남으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충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도 등 내륙교통이 발달하면서 갈수록 상권이 위축되어 지난 84년에는 아예 선창도 철거되고 말았다. 그러다 지금처럼 강경이 번성한 것은 90년대 들어 젓갈이 건강식으로 각광받으면서부터. 젓갈은 섭씨 10~15도에서 숙성 발효시키는데 소화 흡수가 잘되고 무기질·단백질·아미노산 등 영양분이 풍부하다. 더불어 10여개에 불과하던 강경 젓갈가게도 50여개로 늘었고 『돈을 갈고리를 긁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 여행쪽지 ◇6~9일 제46회 백제문화제= 국내 3대 문화제 중 하나. 역사적 고증을 거친 의상과 소품 등 볼거리가 화려하다. 6일에는 의자왕과 왕자 융(隆)의 넋을 기리는 초혼제, 5,000 결사대 충혼제가 등이 열린다. 7일에는 김덕수사물놀이패 공연, 백제 사신행렬 재현행사가 개최된다. 8~9일에는 삼충제와 궁녀제, 전통민속 공연 등이 열린다. 문의 부여군 문화관광과 (041)832-0101 ◇14~15일 강경 전통맛깔젓축제= 금강유원지와 읍내에서 개최. 14~20일 일주일간 평소보다 20% 정도 젓갈을 싸게 판매한다. 이벤트로는 1억여원을 들여 황산나루 용왕제, 궁도대회, 서울 한국무용예술단공연, 두지리 칠석놀이, 민족예술단 「우금치」의 마당극, 향토음식, 전통놀이 등을 준비했다. 14일 오전7시 서울에서 관광열차도 운행한다. 문의 논산시 문화공보실 (041)730-1224 ◇가는 길= 부여는 자동차로(서울기준) 경부고속도로 천안IC~국도1호선 천안삼거리~공주 방향 23번 국도~40번 국도~부여. 혹은 호남 고속도로 논산IC~2㎞ 쯤 직진~부여 이정표. 강경은 논산IC 이용. 1박2일로 여행 코스를 잡을 경우 젓갈 냄새 때문에 이 날 강경에서 쇼핑하는 게 좋다. ◇별미= 부여 구드레공원 앞에 한우고기 전문 「어라하」가 유명하다.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6년근 홍삼 찌꺼기를 받아 사료로 먹이는데 고기가 부드러워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하다. 최형욱기자 입력시간 2000/10/03 18:43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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