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가 또한번 출렁이고 있음에도, 한-EU FTA 발효로 인한 가격 상승 여파에도 이른바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샤넬과 루이뷔통, 에르메스는 흔들림 없이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것은 전년 동기 대비 19%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는 샤넬이다. 설립자 코코 샤넬의 일대기나 패션 노하우와 달리 이 책은 샤넬의 마케팅 전략에 주목해 성공 비결을 파헤친다. 샤넬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거친 질감의 트위드 천으로 제작한 '샤넬 슈트'나 독특한 체인과 스티치가 트레이드 마크인 '샤넬 백'은 브랜드의 입지만큼이나 독보적이다. 1921년에 처음 출시된 '샤넬 No.5' 향수는 지금도 전세계에서 30초에 한 병씩 팔리고 있지만 향기는 90년 전 그대로다. 1926년에 처음 나온 무릎 위 길이의 '리틀 블랙 드레스(LBD)'는 현대적 여성 의상의 원조로 불리며 지금도 인기다. 이처럼 샤넬은 시대를 초월해 오래돼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이는 창업자 코코 샤넬의 스타일과 철학에 근거를 두고 전통을 현대에 맞게 접목시키기 때문이다. 신제품을 남발하지 않는 것도 샤넬의 가치를 유지시키는 요인이다. 샤넬은 천연 소재와 최고의 기술로 참을성 있게 제품을 만든다. 그리하여 탄생한 희소성 있는 제품들은 '시간을 뛰어넘는 가치'를 창출하며 차별화의 핵심을 이룬다. 외부의 힘을 빌려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것 역시 샤넬의 노하우다. 드레스 한 장을 만드는 데 100시간 이상이 걸리는 '인고의 과정'을 외부 공방과 협업해 완성도를 높인다. 자사에 없는 기술을 외부에서 도입하는 것은 어느 기업이나 하는 방식이지만 샤넬은 상하관계의 하도급 거래가 아닌 동등한 협업관계를 자랑한다. 공방의 전통 기술은 샤넬만의 것이 아니라 프랑스의 국가자산이라는 인식과 함께 기술경영 기업으로서 샤넬의 뛰어난 수완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저자는 특히 샤넬의 기업구조에서 성장의 비결을 찾는다. 샤넬은 단독 브랜드로 확고한 입지를 다진 독립 비상장 개인 기업이다. 이는 수십 개의 브랜드를 거느린 루이뷔통의 LVMH, 구찌의 PPR, 까르티에의 리치몬트 같은 복합기업과는 다른 형태다. 저자는 "독립 비상장 기업을 고수하는 샤넬은 주주에게 속박되지 않고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할 수 있어 판매 확대나 이익 극대화 같은 일반적인 기업의 가치보다 독창적인 브랜드 제품을 개발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1만3,8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