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이야기] 김보은 의부 살해사건

보은양은 어릴 때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의부와 함께 살았다. 12살때부터 범행 당시까지 계속해서 의부로부터 강제로 성폭행을 당했다. 의부는 검찰의 일반직 고위 간부였다.의부의 성폭력을 견디다 못한 D대학 2학년 보은양은 같은 대학에 다니던 남자친구 김진관군에게 자신의 처지를 알렸다. 그리고 이들은 성폭력으로부터 영원한 자유를 위해「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이들은 범행에 사용할 식칼과 공업용 테이프를 구입해 그 날(?)을 기다렸다.

진관군은 92년1월17일 새벽1시30분께 보은양이 열어준 문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가 술에 취해 잠들고 있던 의부를 깨워 『보은이를 더이상 괴롭히지 말라』는 말과 함께 그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이들은 곧 체포돼 법정에 섰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범행동기가 알려지면서 사회문제로 비화됐다. 시민단체들은 이 사건을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충주지검 장인종 검사는 피고인들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張검사의 구형량이 떨어지자마자 법정에서 방청하던「김보은-김진관사건 공동대첵위원회」관계자 등 200여명은 격렬히 항의했다. 충주지원 김능환 부장판사는 92년4월4일 김보은피고인에게 징역 4년, 김진관피고인에게 징역 7년을 각각 선고했다. 피고인과 검찰측 모두는 1심 판단에 불복했다.

항소심 첫 공판은 92년6월30일 오후2시 서울고법 형사3부 이용우 부장판사에 의해 열릴 예정이었으나 500여명의 방청객들이 재판시작 1시간전부터 법정과 복도를 가득메워 출입문을 부수는 등 소란을 피워 7월6일로 연기됐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여성단체와 대학생들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게다가공동대책위원회가 잇따라 기자회견을 갖는 등 재판부에 직·간접적인 부담을 줬다. 특히 담당재판부에 피고인들에 대한 시민들의 탄원서가 줄을 이어 그 수가 무려 8만7,000명에 달했다.

항소심을 담당한 서울고검 송인준검사는 이들 두 피고인에게 1심때와 마찬가지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항소심 재판장이 이용우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되다 재판사무분담 관계로 이순영 부장판사로 바뀌었다.

서울고법 형사3부는 같은 해 9월14일 제1심 판결보다 형량을 대폭 낮추면서 김보은양에게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풀어줬다. 그리고 김진관피고인에게는 1심때의 징역 7년에 비해 2년을 줄인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들 은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사건은 李부장판사가 재판장을 이주영·심상철 판사가 배석했다. 피고인들은 1·2심때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범행은 정당방위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보은양은 『감옥에서의 7개월간의 옥살이 기간이 오히려 천국 같았다』고 털어 놓아 의부와의 끔직했던 과거를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대법원 제1부는 92년12월22일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심형량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최종영·배만운·이회창·김석수 대법관이 관여했다. 주심은 裵대법관이 맡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피고인들이 사전에 공모해 범행을 준비하고 술에 취하여 잠들어 있는 피해자의 양팔을 눌러 꼼짝 못하게 한 후 피해자를 깨워 피해자가 제대로 반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식칼로 피해자의 심장을 찔러 살해한다는 것은 당시의 상황에 비춰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종열기자[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