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사 박물관 건립이 진행되고 있다. 현대에 대해서는 항상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많은 것이 사라지기 전에 박물관을 만들고 현대의 중요한 문화유산들을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현대사 박물관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런데 이 박물관의 건립과 함께 앞으로 제도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안이 있다. 바로 현대문화유산의 수집과 관리정책이다. 어떤 문화유산도 사용 당시에는 후대에 유산으로 전해질 것이라 예상하거나 결정된 것은 없다. 물론 고고학 유적들 중에는 신전이나 무덤처럼 애초에 영원히 남아있기를 바라며 건립한 것들이 있고 이러한 것들은 오래 남아 우리에게 과거의 인류생활을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더구나 현대산업 사회는 문화변동의 규모나 속도가 엄청나기 때문에 어떤 것이 진정 우리의 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과거 유산의 중요성을 잘 알고 그러한 유산들이 우리 사회에 어떠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으며, 현재가 곧 바로 과거가 될 것이라는 속도감을 고려해 볼 때 현대사회의 유산들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특히 '산업기술사'적인 자료 수집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국가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반성해야 한다. 산업기술 자료를 수집ㆍ보관ㆍ보존하는 것과 관련된 제도로 '등록문화재 제도'가 있지만 등록문화재의 경우 대체로 건조물이 중심이 되어 있고 또한 일정 기간이 지나야 가능하다. 현대산업기술유산의 경우는 이러한 법제로는 수집과 관리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오늘날의 기술혁신 과정을 미래에 가르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국가 자산임에도 말이다. 그림과 기록으로 후세 세대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하지만 실물을 만져보면서 배우는 감동적인 경험에 필적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대산업기술유산은 또한 차세대 창의 과학교육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자료다. 기술적ㆍ사회적인 혁신을 이룬 발명품들을 수집해 과학 박물관이나 교육기관에서 보관ㆍ관리하는 제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같은 유물의 수집에는 국가뿐 아니라 기업들도 적극 동참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중요한 혁신의 결과로 나오는 '1호 제품'을 도서의 납본처럼 정부에 기부하는 제도도 생각해볼 만할 것이다. 물론 정부는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주어 제도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유물 수집의 제도 구축은 빠를수록 좋다. 현대산업기술유산 '한국 컬렉션'을 준비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 세대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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