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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阿 인종 학살 비극은 서구 열강 탐욕 탓

■ 내일 우리 가족이 죽게 될 거라는 걸, 제발 전해주세요<br>(필립 고레비치 지음, 갈라파고스 펴냄)


1994년 4월 중앙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르완다에서는 인류 역사상 초유의 대량 학살이 일어났다. 다수족인 후투족이 정부 지시에 따라 소수족 투치족 100만 명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것이다. 분당 7명, 하루 1만 명의 투치족이 후투족의 마체테(날이 넓은 칼) 날 끝에 목숨을 잃었다. 나치의 홀로코스트보다 3배나 빠른 속도였다. 미국의 유명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사건 직후인 1995년부터 수 차례 르완다를 취재하면서 보고 들은 처참한 사건의 실체를 가감 없이 전한다. 살해 당시 모습 그대로 시체들이 보존돼 있는 교회당의 풍경이나 학살 현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투치족 생존자, 학살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생명을 위협받은 후투족의 증언 등은 대학살의 비극성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저자는 대학살의 전말을 재구성하면서 이러한 비극을 방조하고 심지어 조장한 서구 열강의 탐욕을 세밀하게 비춘다. 비극의 기원은 19세기말 서구 열강의 아프리카 식민 통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르완다를 식민지로 삼은 독일과 벨기에는 투치족과 후투족 간의 대립을 식민 통치의 발판으로 삼았고 그전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두 부족은 인종 분열 정책 아래 서로 반목하기 시작한다. 대학살 직전 부족 갈등을 부추긴 독재자 하비아리마나는 신식민주의 정책에 따라 군사 원조를 제공한 프랑스 등 서구의 지원을 기반으로 힘을 키웠다고 저자는 진술한다. 게다가 유엔은 내전의 위험이 경고된 1994년초나 학살이 절정에 이른 그 해 6월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방관하기만 했다고 고발한다. 저자는 르완다 대학살이라는 현대사 최대의 잔혹사를 통해 서구 열강이 무너뜨린 아프리카의 비극적 현실을 치밀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인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1만 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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