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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만 생각…” 개혁의지 실종/돈세탁방지법 등 무산 위기
입력1997-05-15 00:00:00
수정
1997.05.15 00:00:00
임웅재 기자
◎겉으론 “경제악영향” 내심은 “선거자금 차질”/“정치권 당리당략에 국민만 피해” 비판 일어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경제살리기등 민생관련 법안이 대선을 앞둔 여야의 정치논리에 휘말려 대거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신한국당이 지난 13일 고위당정회의에서 금융개혁 관련법안의 개정작업을 차기 정권의 몫으로 돌리자고 요구, 정부측이 이를 암묵적으로 수용하면서 좋지않은 선례를 남긴 셈이라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일단 중앙은행 독립과 금융감독체제 개편, 금융기관 소유구조 개편 등의 금융개혁 작업의 경우 한보·삼미부도 등 당면한 금융위기를 맞아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아 13일 고위당정회의의 결정이 제때에 방향을 잘 잡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신한국당 김중위 정책의장은 고위당정회의에서 『금융개혁이 공기업민영화 등과 맞물려 금융권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금융권 종사자들의 위기의식에 대해 우려감을 표출했다.
그런데 신한국당이 표를 이유로한 정치논리를 앞세워 입법활동을 유보하게 되면 정부가 한보사태의 재발방지와 경제살리기를 위해 6월 임시국회에 내놓은 금융기관부실자산처리법, 민자유치촉진법, 금융실명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보험업법, 공기업민영화법 등 한시가 급한 63건의 민생법안도 마찬가지로 진통을 겪어 중도 좌초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신한국당은 특히 정부가 금융실명제 보완방안의 하나로 실명제 대체입법과 동시에 추진중인 자금세탁방지법에 대해 6월 임시국회 처리에 노골적으로 난색을 보여 비난을 사고 있다. 신한국당이 자금세탁금지법 제정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지만 사실은 정치자금 조달관행 유지와 무관치 않다는 비판이다.
돈세탁행위를 금지하고 거액현금 입출금때 국세청등 당국에 통보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자금세탁금지법 제정작업이 미뤄질 경우 실명제 보완을 이유로 공연히 검은 돈의 탈출구만 터주는 결과를 빚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번 임시국회에 제출될 63개 민생법안들의 면면을 보면 입법절차가 시급한 내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먼저 경제살리기와 구조조정을 위한 법률로 ▲조세감면규제법 ▲민자유치촉진법 ▲벤처기업 육성 특별법 ▲지역신용보증조합법 ▲근로자 고용안정지원에 관한 법률 등이 있다. 또 한보사태이후 재발방지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기관 부실자산 등의 효율적 처리에 관한 법률 ▲여신전문금융업법 ▲보험업법 등이 있다. 이와함께 경쟁력 향상과 공기업 경영효율 제고를 위해 ▲공기업민영화법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중소기업은행법 ▲산업은행법 등이 상정될 계획이다.
재정경제원등 정부부처에서는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들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연말 대선을 앞둔 정치일정상 연내 처리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올 가을 정기국회의 경우 여야 대선후보가 결정된 상태에서 사실상 정상적 차원의 입법 활동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오는 2030년 국민연금기금 고갈사태를 막기 위해 추진중인 국민연금법 개정작업이 12월 대선에서 감표요인으로 작용할 것을 걱정하는 신한국당 반대로 한꺼번에 휩쓸려 차기 정부로 넘어가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이밖에 신한국당은 통산부가 행정서비스 향상, 규제완화, 산업지원체제 정비 등을 목적으로 검토중인 조직개편에 대해서도 공직사회의 동요를 이유로 반대의견을 공식화하고 있다. 이는 차기 대통령 후보들이 정부조직 개편문제를 다룰 텐데 정부가 이에 앞서 선수를 쳐 김을 빼버리면 곤란하다는 정치적 판단을 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다수 국민들은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완전히 초연한 도덕군자일수 없는 사정은 이해하나, 당면현안인 경제살리기에 꼭 필요한 입법활동마저 외면해서는 곤란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임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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