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김치 재료를 사러 대형 마트에 온 주부 김순옥(45)씨는 부쩍 오른 대파 값에 깜짝 놀랐다. “장 보는 건 줄었는데도 지난해보다 최소 4만~5만원씩은 더 쓰는 것 같다”는 김씨는 김장철이 될 때까지 채소 값이 얼마나 더 오를지 걱정이 앞섰다.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장바구니 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유난히 길었던 여름장마로 이미 농산물 가격이 폭등했고 전세가격은 여름 비수기에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지표물가는 전에 없는 ‘태평성대’를 구가하고 있지만 현장의 체감물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13일 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상추 값은 100g 기준으로 한 달 전보다 58.9%나 급등했다. 깻잎은 200g 기준 40.6% 올랐고 대파는 1㎏ 기준 11.1%, 양파도 7.5% 올랐다. 7월 한달간 계속된 집중호우에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것. 또 설탕 값 상승에 따른 가공식품의 연쇄적인 가격인상도 예고됐다. CJ제일제당이 설탕 가격을 오는 17일부터 평균 8.9% 올리기로 하면서 과자ㆍ빵ㆍ음료수ㆍ빙과류 등 관련제품 가격이 일제히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두 값이 지난 3월 대비 40% 이상 상승하면서 식용유ㆍ두부 가격 등도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안정세를 보여온 공산품 가격도 들썩일 태세다. 당장 정부가 TVㆍ드럼세탁기 등 일부 전력 다소비 백색가전에 내년부터 개별소비세를 부과할 경우 최소 5% 이상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12일 기준 리터당 1,666원74전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1,660원을 넘어섰다. 이른바 ‘MB물가’ 항목으로 불리는 52개 주요 생필품 중에서는 샴푸(12.5%), 위생대(9.4%), 유아용품(5.6%) 등의 가격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시중 물가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만 물가 당국으로서는 마땅한 통제수단이 없다는 게 고민이다. 최근 농산물 가격 급등은 기상악화에 따른 것이라 가을에 출하량이 늘어야만 해결될 수 있다. 이르면 10월부터 가공식품과 소비재 공산품 등 생필품 판매가격 정보가 공개되지만 이미 유통시장에서 사실상의 완전경쟁이 이뤄지는 상품들이라 가격공개가 물가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농산물 가격 급등은 기상악화 요인에 시기적 요인이 겹쳐 나타난 현상”이라며 “현재로서는 원자재가 상승이 공산품 물가에 미칠 파급효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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