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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긴급좌담] "ISD협상, 정치적 고려보다는 경제적 효과·실익 따져야"

한미 FTA 비준 이후<br>싸고 품질 좋은 상품 찾는 스마트 소비시대엔 한국산이 대안

황문연 단장

정인교 교수

박종남 본부장

23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 충무로 본사에서 개최한 '자유무역협정(FTA) 전문가 긴급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한미 FTA 비준의 의미와 효과·활용방안·피해대책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박종남(왼쪽부터) 대한상공회의소 조사2본부장, 황문연 기획재정부 무역협정지원단장,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이호재기자


투자자 국가소송 걸려든 중남미 외국업체 국유화때 보상 안한 탓
호경기때보다 지금이 FTA 적기… 기업, 효과 극대화위해 투자 늘려야
피해 대책도 무조건 보상 보다 자생력·경쟁력 키우는 방향으로 참석자:
황문연 재정부 무역협정지원단장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박종남 대한상의 조사 2본부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협상 타결 4년4개월 만에 우여곡절을 거쳐 지난 22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제 관심사는 포스트 FTA다. 중소기업ㆍ농업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끊임없는 내부 체질 강화를 통해 한미 FTA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23일 서울경제신문은 한미 FTA 비준을 맞아 서울 충무로 본사에서 정부와 학계ㆍ재계 등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이들 전문가는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정치적 고려보다는 순수하게 경제적 효과와 실익만을 따져 협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ISD를 둘러싼 논란은 경제적 문제에 정치적 이해득실, 정략적 이해관계가 개입되면서 왜곡됐다"며 "우리 측이 ISD 폐기를 요구하면 미국도 반대급부를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미 FTA를 오래 끌면서 여러 기대 효과가 반감됐지만 지금 국회에서 비준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들은 "역으로 세계경기 둔화로 수출환경이 나빠진 지금이 한미 FTA의 적기"라며 "전세계적으로 가격이 싸고 품질이 좋은 상품을 선호하는 '스마트 소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고 있어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한국산 제품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긴급 좌담회에는 ▦정부 측에서 황문연 기획재정부 무역협정지원단장 ▦학계에서는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산업계에서는 박종남 대한상공회의소 조사2본부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사회=한미 FTA가 22일 국회를 통과했는데 의미를 되짚어주십시오. ▦황 단장=그동안 FTA를 둘러싸고 여야 간, 시민사회 갈등이 증폭되면서 국가ㆍ사회적으로 비용을 많이 지불했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비준안이 통과돼 다행입니다. 특히 올해에는 한ㆍ유럽연합(EU) FTA에 이어 한미 FTA까지 통과되면서 대외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확대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습니다. ▦박 본부장=여야 합의로 처리가 못 된 게 좀 아쉽지만 업계로서는 대환영입니다. 내년 초 발효되도록 올해 안에 비준된 점도 다행입니다.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로 이른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입니다. 한미 FTA가 비준되면서 경제영토로는 세계 3위, 교역규모로는 세계 2위가 됐습니다. 일본과 중국 등이 우리에게 자극받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에 열의를 보이는 데서 알 수 있듯 이들 나라에 앞서 경제우위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중국이나 호주ㆍ터키 등 남은 국가와의 FTA에도 추진력이 붙을 것입니다. 다만 한미 FTA를 너무 오래 끌어서 상당히 많은 기대 효과를 잃기도 했지만 지금 국회에서 비준된 것만으로도 일단 다행입니다. ▦사회=이제 남은 문제는 미국과 ISD 협상입니다. 대통령도 국회가 FTA를 비준하면 미국과 ISD 협상에 나서겠다고 약속도 했습니다만. ▦정 교수=기본적으로 ISD 폐기는 말도 안 되는 주장입니다. 단순히 국내 정서를 반영해서 폐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만약 우리가 미국에 ISD 자체를 폐기하자고 하면 그 대가는 결코 공짜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많은 부분을 미국에 내놓아야 하는데 그것은 또 다른 협상이 될 것입니다. ▦박 본부장=우리가 ISD 때문에 경제적으로 손해 보는 것은 결코 없습니다. FTA 반대파가 정치적 이슈화해서 반대의 꼬투리로 잡아온 것입니다. 정부는 정치적 고려보다는 순수하게 경제적 효과와 실익을 따져서 ISD 협상에 나서야 합니다. ▦황 단장=우선 ISD의 필요성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현재 우리 업체가 미국에 투자한 규모가 반대의 경우보다 3배반가량 더 많습니다. 미국에 투자한 우리 기업들이 (미국 측의) 협정위반 등으로 피해를 입을 때 (ISD가 없으면) 50개 주정부에 소송을 걸어야 하는데 이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ISD 도입으로 우리가 얻는 혜택이 더 큽니다. ▦사회=우리 정부가 앞으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등에 나설 경우 미국 기업들이 문제제기를 해온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정 교수=ISD는 결코 만만한 제도가 아닙니다. ISD 규제는 외국인에게만 피해를 주고, 정책의 정당성이 결여되고, 몰수나 몰수에 준하는 피해를 주고, 피해에 배상하지 않는 등의 4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합니다. ISD는 이러한 무리한 규제나 정책을 하지 말라는 게 취지이지 배상이 목적이 아닙니다. ▦황 단장=ISD 관련 절차는 법무부에서 담당합니다. 법무부가 개별 사례에 대해 위의 4가지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합니다. 비판론자들은 중남미 국가들이 ISD에 걸려든 사례를 많이 드는데요. 그것은 중남미 국가들이 대부분 외국업체들을 국유화하면서 정당한 보상정책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가 그런 정책을 펴서 미국 투자가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사회=일각에서는 미국의 경기둔화로 한미 FTA가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박 본부장=기대 효과와 이익균형의 정도는 우리가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달렸습니다. 경기는 순환하기 때문에 지금 여건만 보고 기대 효과 감소를 말하는 것은 좀 섣부른 듯합니다. 우리는 최대시장(미국)에서 FTA를 통해 기본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선점을 통한 시장개척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또 FTA는 단순히 수출증가 효과만 내는 게 아닙니다. 인적ㆍ물적ㆍ자본 교류 확대 등 수치상으로 표현할 수 없는 간접적 효과가 많습니다. ▦황 단장=지금은 미국은 물론 EU 등 주요국의 경기가 둔화돼 우리 무역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이는 역으로 보면 한미 FTA가 절실히 필요할 때라는 뜻입니다. 기업들이 관세철폐 등을 활용할 경우 외국의 위축된 수요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지금 타이밍이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정 교수=이번에 우리는 글로벌 FTA망을 구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한미 FTA)를 확립했습니다. 경기상황이 좋을 때 FTA를 하자는 것은 비즈니스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 오히려 지금이 좋은 것은 전세계적으로 소비 흐름이 '스마트 소비'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경우 품질은 일본이나 독일에 못 미치고 가격은 중국이나 동남아에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는데요. 한미 FTA가 되면 제품가격이 인하되면서 스마트 소비에 더 근접하는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상황이 됩니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지금이 더 시기가 좋습니다. ▦사회=FTA 비준을 맞아 기업들이 준비할 과제가 많을 텐데요. ▦박 본부장=기업은 FTA로 예상되는 이익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한ㆍEU FTA의 기업 활용도를 보면 예상보다 저조합니다. 인증수출자제도의 자격 취득과 FTA 실무의 복잡성, 교육 미비 등이 이유입니다. 하지만 기업들도 EU 측의 정책을 규제로만 여기지 말고 글로벌화와 투명성 확보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또 한미 FTA는 한ㆍEU보다 기업 활용도가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정 교수=모든 업체가 인증수출자가 돼 애로가 없으면 좋겠지만 기업들도 문제가 있습니다. 기업들이 FTA 활용에 따른 혜택을 얻기 위해 최소한의 비용을 지불할 의지가 없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기업들도 이런 부분에 대해 비용을 투자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황 단장=정부도 컨설팅,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인력과 정보력 등의 부족으로 설명회 참가 등에 소극적입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최고경영자(CEO)들의 마인드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ㆍEU와 한미 FTA를 활용하지 않으면 비즈니스 하기 어렵다"는 생각으로 정부나 기관들의 설명회 등에 적극 참여하도록 기업을 운용해야 합니다. ▦사회=정부의 FTA 피해대책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은 있다면 무엇일까요. ▦황 단장=지난 2007년 정부가 21조1,000억원 규모의 농어업 부문 대책을 만들었고 국회도 여러 보완대책에 대해 합의했습니다. 오늘도 대통령 주재로 대책을 총망라하는 회의를 열었습니다. 정치권이 요구하는 피해보전직불제 적용 요건완화 등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도 발표할 예정입니다. 농어업 대책의 경우 면세유 지원 등 단기적인 게 많은데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강화로 가야 합니다. 정부 부처가 협의를 통해 개방하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해 살아가는 방향에 중심을 두겠습니다. ▦정 교수=피해산업과 정치권에서는 지원규모가 작다고 말하겠지만 우리만큼 재원을 대규모로 마련한 나라도 없습니다. 사실 피해대책에서 많은 부분은 한미 FTA와 무관하게 정치적으로 고려됐습니다. 정부와 정치권도 주어진 예산을 갖고 효율적ㆍ합리적으로 집행해 보완대책이 조기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박 본부장=지원예산이 효율적ㆍ집중적으로 쓰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 농업은 자생 노력이 필요한데 피해대책은 대부분 보상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퍼주기식'으로는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듯 FTA 피해대책도 장기적으로 경쟁력과 자생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정되는 게 중요합니다. 다른 피해업종도 개방을 통해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려는 업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회=최근 전세계적으로 다자 간 및 지역 무역협정 체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만. ▦정 교수=우리 입장에서는 다자 간 FTA보다는 양자 간 FTA가 경제적으로 월등히 유리합니다. 우리는 당분간은 양자 간으로 가면서 국제적 논의와 추진 동향 등을 살펴봐야 합니다. 추가적 실익이 눈에 보일 때만 다자 간으로 가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지역이나 다자 간 FTA에 관심을 가지면 기존의 양자 간 FTA에 대한 추진 탄력은 상당히 약화될 것입니다. 다자 간 또는 지역 차원 FTA는 좀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박 본부장=사실 한중일 FTA가 현실에서 실현될 가능성은 굉장히 희박합니다. 한일 FTA의 경우 '원론에는 찬성, 각론에는 반대' 입장이 강하고 중국과의 FTA는 일부 산업의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당장의 추진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황 단장=특히 TPP의 경우 상당한 수준의 농업개방을 포함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다자 간 FTA는 어렵습니다. 중국과의 FTA는 농업ㆍ고용 등 민감한 부분이 있는데요. 현재 정부가 중국과의 FTA에 대한 여러 용역을 하고 있습니다. 용역 결과와 국민들의 생각, 업계 반응 등을 모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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