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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주총 경제민주주의가 싹튼다

올해 대기업주총장에서 소액주주들로 구성된 「피플 파워」가 더욱 기세를 올리고 있는 것은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소위 「굴뚝산업」의 주가가 폭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배경 및 의미=대기업들이 인터넷, 생명공학 등 신사업 진출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으나 최근 증시에서 이들이 주가를 부양시키는 호재로서의 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다. 계획이 제대로 준비도 안되어 있는 상태에서 발표한 것이 허다한데다 너도나도 진출의사를 밝혀 「약발」이 먹혀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시즌을 맞아 현대와 삼성의 대응 전략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주요 계열사의 주가가 지난해 최고가에 비해 50%이상 폭락한 현대의 경우 ▲E 비즈니스사업 진출 ▲벤처 투자 확대 등 예년같으면 소문만으로도 주가가 치솟을 만한 호재를 쏟아내도 주가는 요지부동이다. 급기야 현대는 사외이사 대폭 확대, 창업주 일가의 이사회 참여 축소, 자사주 소각 검토,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등 투명성제고쪽으로 주가부양의 방향을 틀었다. 이에 반해 주가관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삼성은 다른 그룹보다 높은 주가로 주주들을 만족시켰다며 느긋하게 주총에 임하는 태도가 한결 느긋하다. 결국 주가가 대기업들의 오너 독단경영을 견제하는 틀을 만들어 내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시장에 의한 재벌개혁」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S그룹 관계자는 『사실 기업들중 사외이사를 전체 이사의 절반이상으로 하는 것을 좋아할 기업은 어디도 없다』며 『그러나 피할 수 없는 대세인 만큼 이에 순응하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우선 경영투명성 제고를 요구하는 세계적인 추세가 국내 기업을 옥죄고 있다. 대규모 설비투자를 위한 자금을 국내외에서 차입할 때 「경영 투명성 수준」은 주요 평가기준중 하나가 된다. 또 오너가 전횡하는 기업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투매, 주가를 폭락시키고 있어 「글로벌 스탠더드」의 투명 경영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의 강력한 재벌개혁 의지도 이같은 현상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다시한번 재벌의 경영투명성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했었기 때문이다. ◇전망 및 문제점=기업마다 처한 입장이 다른 만큼 주주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기업들의 자세도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아직도 대주주가 모든 결정을 다 내리는 「좋았던 시절」에 대한 강한 향수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외이사를 절반이상 구성토록 한 개정 증권거래법이 본격 시행되면 주주 권익 옹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속속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같은 조치가 기업가치를 키우는 또다른 방법으로 자리하기 시작한 만큼 「경제민주주의」의 안착이 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주가지상주의」의 부작용도 만만치않을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우선 대주주 견제에만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장기적인 시각에서나 「시장경제」의 본질과 어긋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경영투명성을 제고하고 기업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대해 시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경영효율성 및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법도 강구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경련의 이병욱 기업경영팀장은 『주주권익을 신장시키는 최근 흐름이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효과로 나타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주가부양과 함께 주주들의 눈치를 살피는데만 급급할 경우 장기적인 투자 기회를 놓치는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대기업 사무실마다 주가하락을 비난하는 주주들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정상적인 업무가 방해를 받고 있는 데서 보듯 이같은 우려는 전혀 근거가 없지 않아 보인다. 문주용기자JYMOON@SED.CO.KR 입력시간 2000/03/1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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