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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의 성공신화를 이끈 앤디 그로브(75ㆍ사진) 전 회장이 IT업계 경영전략을 제약업계에 접목시키는 등 자신이 앓고 있는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미 실리콘밸리 일간 새너제이 머큐리뉴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그로브 전 회장은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지난 2005년부터 3,000만달러(한화 353억원 상당)를 기부해 연구를 독려해왔다. 그는 단순한 기부에 그치지 않고 제약과 치료기기 개발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IT업계의 노하우를 접목하고 있다. 그로브 전 회장은 "내가 돈키호테일지 모르지만 사람들을 조직화해 내는 경험이 유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매년 500억달러의 연구개발비를 쓰고 있는데도 지금까지 단 20종의 신약을 만들어내는 데 불과해 신약산업 개혁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그가 이처럼 의학계의 혁신을 촉구하는 것은 걷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을 뿐 아니라 기억력이 감퇴되고 심지어 목소리까지 잘 나오지 않는 등 파킨슨병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로브 전 회장은 "1968년 컴퓨터칩에 내장될 수 있는 트랜지스터 수가 1,000개였는데 내가 회사를 떠날 때는 900만개, 지금은 26억개까지 내장이 가능해졌지만 파킨슨병의 주요 치료방법은 196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제약회사들이 IT업체들처럼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고 데이터를 이용한 피드백 구조를 갖추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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