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공제 개편은 유리알 지갑이나 다름없는 근로소득자에게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다. 제도변경이 일반적인 직장인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는 뚜껑을 열기 전까지 속단하기 어렵지만 무슨 꿍꿍이속인지 덜컥 겁부터 난다. 그러지 않아도 새 정부가 비과세ㆍ감면 제도를 축소해 복지공약 재원으로 활용한다니 행여 근로소득자의 호주머니를 털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게 당연하다. 더구나 대통령 공약 이행 차원에서 자녀장려세제를 도입하기로 한 만큼 비슷한 성격의 인적 공제 같은 기초적인 공제혜택은 축소되거나 폐지될 우려가 큰 상황이다.
현행 세법상 각종 소득공제는 10여개에 이른다. 정부는 이들 가운데 기업의 필요경비 같은 성격을 지닌 항목들은 현행대로 소득공제를 유지한다고 한다. 병원비와 교육비 같은 특별공제 항목들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점차 전환한다는 방침 자체는 옳은 방향이다. 소득공제는 씀씀이가 많은 고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금감면 혜택이 돌아가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근로자가 일하고 생활하는 데 필요한 것(소득공제)과 그렇지 않은 것(세액공제)을 구분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이 되기 십상이라 어떤 기준을 들이대더라도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더 큰 문제는 소득세법 체계에 또 하나의 누더기 세제를 덧씌운다는 점이다. 소득공제건 세액공제건 그런 식의 조정은 세수확보 차원이나 조세형평성 제고 측면에서나 곁가지에 불과한 땜질식 처방일 뿐이다. 세금을 걷은 뒤 소득공제 또는 세액공제로 깎아주기보다는 처음부터 제대로 걷는 것이 정공법이다. 쓸데없이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지난해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 입 밖에도 꺼내지 못한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을 위한 공론화 작업부터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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