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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버냉키 연설 45분전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45분 후 뉴욕 이코노믹 클럽에서 연설합니다…버냉키 연설까지 30분 남았습니다." 2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시내를 운전하고 있을 때 틀어놓은 블룸버그 라디오는 이날 오전12시 예정된 버냉키 의장의 연설을 10분 단위로 예고하고 있었다.

세계 최대 중앙은행 총재인 버냉키 의장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지나치다 싶을 정도였다. 버냉키 의장은 이 연설에서 재정절벽이 미국 경제의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뉴욕증시는 그의 말이 나오자 이틀간의 랠리를 접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후 정부 고위직에 대한 하마평이 언론에 오르내린다. 버냉키 의장의 임기는 오는 2014년 1월까지로 1년 이상 남았음에도 그의 후임에 언급도 빠지지 않는다. 경제에 관한 한 오바마 대통령보다 버냉키 의장에게 더 의지하는 분위기다.

대공황에 대한 전문가라는 배경과 금융위기 이후 펼쳐온 FRB의 정책이 그의 신뢰의 바탕이다. 또 정부, 의회가 경제에 관한 한 제대로 된 계획도 없고 비효율적인 의사결정으로 실망을 주고 있는 반면에 정치적 입김에 쏠리지 않고 경제 문제에 천착하는 그의 모습은 호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에 대한 신뢰는 온전히 그의 개인의 몫만이 아니다. 1951년부터 1970년까지 FRB를 이끈 윌리엄스 맥체스니 마틴 전 의장은 FRB가 독립성을 가지는 데 초석을 다진 인물로 평가 받는다. 그는 트루먼부터 닉슨에 이르기까지 5명의 대통령을 거치면서도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지 않았다. 1965년 베트남전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짐에 따라 FRB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알려지자 린든 존슨 대통령은 마틴 의장을 텍사스에 있는 그의 목장으로 초청, 금리인상이 가져올 정치적 여파를 설명한다. 금리인상을 하지 말라는 압력이었다. 마틴 의장은 꿈쩍하지 않았다.

그의 뒤를 이은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등의 후임자들도 이런 전통을 지켜나갔다. 그 결과 오늘날 FRB는 미국의 4대 정부기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권교체 때마다 바람 앞에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한국은행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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