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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김진만 한빛은행장

갑작스런 취임 후 조직통합부터 전산통합에 이르기까지 초대형 합병은행의 온갖 부담을 떠안아 온 김진만(金振晩) 행장도 이제야 한시름을 덜게 됐다. 그러나 한빛이 합병은행의 틀을 갖추자 마자 은행권은 또다시 대우사태와 「2차 구조조정설」 등으로 술렁이고 있어, 金행장의 바쁜 행보는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세월은 빨리가고 할 일은 많다』는 金행장을 만나 「거함」 한빛은행의 위치와 앞으로의 항로를 들어봤다._취임 당시 한빛은행을 「100조원짜리 국가 프로젝트」라고 칭하셨는데, 프로젝트 진행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요. 대체로 예정된 코스를 밟고 있다고 봅니다. 출범 후 처음 몇 달은 조직통합과 인사, 그 다음에는 자본금 확충에 주력했으며 이달 중엔 전산 통합이 이뤄졌습니다. 앞으로 연말까지는 영업점의 구조조정과 영업전략, 평가제도, 고객층에 맞는 서비스 개발 등 소프트웨어를 구축할 것입니다. _합병의 핵심으로 볼 수 있는 전산통합을 마치셨는데, 앞으로 무엇이 달라집니까. 지금까지는 옛 상업과 한일 양쪽 시스템을 병행하고 있어 전산 파일관리 등이 분리됐지만, 전산이 통합됨으로써 직원들이 업무에 시간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고 무엇보다 고객들의 불편이 해소됐습니다. _은행 개혁이 본점 차원에 머문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일선 점포에선 큰 사고를 내지 않고 조용히 지내자는 보신주의가 팽배해 있는데, 원인과 대처방안을 제시하신다면. 한마디로 은행이 장사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서는 리스크를 부담하고 영업에 나서, 일이 잘 되면 보상을 받습니다. 리스크를 회피하겠다는 얘기는 영업을 안하겠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은행원들 사이에서도 「영업」을 한다는 의식개혁이 필요합니다. 물론 사적인 이유나 금융원리에 위배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결과가 잘못되도 관대히 면책돼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객관적인 평가시스템을 개발, 그에 따른 보상과 인책을 실시해야 합니다. 늘 직원들에게 강조하듯이, 인사에서도 시장원리와 경쟁원리가 도입돼야 합니다. 다행히 직원들이 조금씩은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_직원의 의식개혁이 쉬운 일은 아닐텐데요. 국내 은행들이 가장 잘못하는 부분 중 하나는 보고 채널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투자가들이나 언론, 내부적으로는 경영정보 체제(MANAGEMENT INFORMATION SYSTEM)부터 대직원 홍보까지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직원들에 대한 홍보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직원들이 자신이 다니는 은행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실정입니다. 앞으로는 대직원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직원들을 상대로 한 주기적인 로드쇼를 가질 계획입니다. 은행이 추구하는 가치와 경영 내용,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밝혀, 직원들에게 은행의 정확한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 문제점 등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현재 비서팀에 보고방식을 개발하도록 주문해 놓았으며, 11월 이후 시행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_대우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한빛은행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을텐데요. 대우사태가 크긴 큽니다. 때문에 대우사태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를 포함해 모든 경제주체가 분담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도 대책을 잘 세운다면 내년부터 100%는 아니더라도 상당부분 문제가 해결돼 상황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우선은 대손충당금을 최대한도로 쌓을 예정입니다. 충당금은 20~30% 선에서 상황에 따라 쌓을 예정이며, 회사별로 차등을 둘 수도 있습니다. _연말 결산에서도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큰 은행이 슬럼프에 빠지면 헤어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기 마련입니다. 어차피 정부와의 MOU상으로도 올해 적자경영은 계획된 일이긴 합니다. 예상보다 적자규모가 커지겠지만, 올해 은행을 완전히 정화(CLEAN UP)한다는 기본 방향은 지켜지는 셈입니다. _이대로라면 은행의 자기자본수익률(ROE)이나 총자산수익률(ROA) 달성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때문에 상황 변화에 따른 경영지표의 차이를 MOU상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해 감독당국과 협의해야 합니다. _이사회를 중심으로 은행 지배구조가 바뀌었는데, 지금까지를 볼 때 한국적인 현실에 맞는다고 평가하십니까. 앞으로 발전시킬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제도가 곧바로 정착되기를 바라는 것은 성급한 일입니다. 아직은 은행 업무에 대한 이사회의 인지도가 높지 않는 등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방향은 올바르게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도 정착을 위해 연말까지 상임위원회를 활성화하는 등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_경영혁신단 구성이나 비서팀 확충 등의 조직개편 내용을 보면 은행장으로서 업무의 한계를 느끼시는게 아닌가 하는 인상도 받게 됩니다만. 의식의 개혁을 요하는 은행의 경영혁신은 스피드를 필요로 하는 작업입니다. 빠르게 일을 추진하기 위해 경영혁신 관련부문을 강화한 것입니다. _요즘 은행 임원들이 지나치게 바빠지면서 은행 경영의 큰 밑그림을 그리기는 오히려 어려워진 것 아닐까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외국 금융기관의 임원들도 정말로 바쁘고 열심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은행 임원의 적정 업무량이 어느 수준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직급이 올라갈수록 실무적인 일보다는 전략적인 문제에 신경을 쓰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웬만한 일상업무에 관한 권한은 하부에 위임해야 합니다. 은행장인 저도 가급적 결재사인을 줄여, 하루에 많아야 10개 서류정도에만 사인을 합니다. 업무 흐름을 바꾸고 권한을 과감히 하부로 이양해 직원들이 은행장 사인을 받으려고 줄서서 기다리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_「헐값논란」이 일던 DR 발행도 지금에 와서 보면 좋은 값에 판 셈이 됐는데요. 당시 헐값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액면가 5,000원인 신주를 6,500원에 팔았으니 결코 싸게 판 것이 아닙니다. 국내에서 신주발행을 했어도 그 이상의 가격을 받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DR 발행은 개인간의 흥정이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이 정하는 적정 가격으로 이뤄지는 것입니다.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발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결국 요즘에는 그 때 6,500원에 발행한 것이 잘한 일이라고 도리어 칭찬을 받고 있습니다. _지금 주가는 미래수익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저평가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저평가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또한 시장에서 결정되는 일이니 시장을 어떻게 할 수는 없습니다. _내년 이후 2차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십니까. 시기를 못박을 필요는 없지만 시장원리에 의한 자연스런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겪었던 강제적이고 동시다발적인 인수·합병(M&A)는 아닐 것입니다. 시너지효과를 노리는 생존전략 차원에서 추가적인 합병은 있을 수도 있고,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일본에서도 앞으로 은행간 합병을 통해 4~5개의 대형 은행이 탄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듯이, 은행간 합병은 국제적인 추세이기도 합니다. 시장의 추세가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자발적인 합병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_2차 합병에서는 어떤 유형의 합병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합병에는 크게 세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로, 소매금융이나 기업금융, 투자은행 등에 강한 특화은행들끼리 각자의 특색을 살리고 보완해 시너지효과를 일으키려는 전략적 합병이 있을 수 있고, 둘째로 부실 심화로 생존이 어려운 은행이 흡수합병되는 경우가 있고, 마지막으로 비슷한 은행끼리 규모를 키우는 한편 인건비와 전산비용 등 각종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합병하는 경우 등입니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크기는 분명히 드러나지만 서로가 비슷비슷해져서 각자의 특색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합병도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비용을 절감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입니다. _한미은행과 한빛은행을 놓고 볼 때 경영상에 큰 차이가 있을 것같은데요. 물론입니다. 은행의 규모나 영업망이 다르기 때문에 영업 및 경영전략도 달리해야 합니다. 가령 한미은행의 경우 조직이 한 눈에 보이기 때문에 경영을 하는데도 좀 더 인적 요소가 가미되기 마련입니다. 한빛은행은 조직이 워낙 크기 때문에 보다 시스템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또 주거래 대기업이 상당수에 달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에도 많은 신경이 쓰입니다. 그렇지만 어느 쪽이 좋고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_앞으로의 장기비전을 밝혀주십시오. 규모나 경영내용 면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 수준의 은행이 되는 것입니다. 규모 면에서는 이미 세계 100대 은행에 꼽혔고, 이머징 마켓 가운데서는 10위권에 올랐습니다. 앞으로 ROE, ROA 등 경영지표를 높인다면 이같은 비전은 충분히 실현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얼마 전부터 미국 멜론뱅크의 프랭크 코엣 전 CEO와 키이스 스미스 전 CFO를 영입, 경영자문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은행 구조개혁의 전설적인 인물로, 한빛은행으로서는 대단한 기회를 맞이한 셈입니다. 대담:崔性範금융팀장CSB@SED.CO.KR 정리=신경립기자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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