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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저축은행 업계 2위이자 대형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인 HK저축은행이 내년 초 매물로 나온다.
서울과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한 HK저축은행은 지난 9월 기준 자산 2조159억원에 이르는 대형 매물로 내년 초부터 금융회사 인수합병(M&) 시장의 붐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에서는 저축은행에 이어 중소형 보험사와 일부 카드사들이 추가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을 점치고 있으며 일본계 자본은 물론 대형 금융지주회사들도 본격적으로 M&A 전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HK저축은행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내년 2월 주간사 선정을 시작으로 매각작업에 착수한다.
MBK파트너스의 HK저축은행 매각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2006년 현대캐피탈과 공동으로 HK저축은행을 인수한 후 2008년과 2011년에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에 매각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HK저축은행과 씨앤앰 등이 포함된 MBK파트너스의 1호펀드가 오는 2015년 만기를 맞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를 위해 반드시 매각을 성사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HK저축은행 매물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08년 75억원의 흑자를 낸 것을 시작으로 2012년 417억원, 지난해 90억원 등 7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고 9월 기준 91억원의 흑자를 보이는 등 탄탄한 영업을 해왔다.
포트폴리오도 짜임새가 있다. 9월 기준 총여신 1조6,800억원 가운데 개인신용대출 35%, 주택담보대출 20%, 오토론 20%이며 기업대출이나 크레인대출·스톡론 등 기타가 25%를 차지한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HK저축은행은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드는 개인신용대출 시스템이 잘 갖춰졌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며 "지역 기반 역시 저축은행 수요가 높은 서울과 부산이라 꾸준히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점포개설 자격조건이나 건전성 분류기준 등 저축은행 부실사태 이후 강화됐던 규제가 다소 완화되고 있고 정부에서 관계형 금융 활성화를 내걸고 저축은행에 지원하고 있어 저축은행업의 장기적 전망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가격이다. 통상 매각가격 기준으로 많이 사용하는 자기자본총계로 보면 HK저축은행의 매각 예상가격은 2,100억원대에 이른다. 그간 유상증자 등으로 들어간 투자액을 고려해 MBK파트너스가 추가 프리미엄을 붙일 경우 가격은 더 올라간다. MBK파트너스는 2006년 인수 당시 약 800억원을 투자했고 이후에도 총 1,700억원의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저축은행 가운데 2,100억원대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곳이 없다"며 "규모가 큰 SBI저축은행이나 OK저축은행만 해도 이미 전국에 지점망을 갖고 있고 개인신용대출에 특화돼 매수 동기가 작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다른 대형 금융회사나 일본계 자본 등이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MBK파트너스의 지분은 전체 1,983만1,600주의 99%인 1,955만8,696주다. 나머지 약 27만주는 소액주주가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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