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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11월 7일] '신윤복 신드롬'과 역사왜곡

[데스크 칼럼/11월 7일] '신윤복 신드롬'과 역사왜곡 양정록 (뉴미디어 부장) 요즘 신윤복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 각종 책과 전시회 등이 장안의 화제다. 사람들의 관심이 너무 커 가히 ‘신윤복 신드롬’이라 불릴 정도다. 먼저 드라마의 경우 조선 말 당대의 천재화가 혜원 신윤복과 단원 김홍도의 삶을 그린 ‘바람의 화원’이 잘나가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원작 소설은 최근 단숨에 60만권이 팔린 베스트셀러 1위가 됐다. 신윤복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는 한 미술관은 요즘 관람객으로 북적인다. 신윤복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미인도’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도 작품성과 상업성을 인정받아 오는 13일 개봉을 앞두고 예매율 1위에 오르는 등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이같이 신윤복이 뜨는 이유는 드라마ㆍ소설 등에서 동시에 나오는 시너지 효과도 있겠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절묘하게 표현해 현대인들의 감성까지 자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당시 기득권층이었던 양반들의 이중적인 도덕성을 속 시원하게 희롱했다는 점을 감안, 젊은이들의 감동을 자아냈을 것이다. 문제는 드라마에서 신윤복 역을 맡고 있는 문근영이 남장 여인으로 열연하면서 신윤복이 실제로 여성인지, 또 더 나아가서 도화서 화원인지 등 극중 설정에 대해 시끄러울 정도로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는 점이다. 물론 작가는 소설 맨 앞에 허구임을 명백히 밝혔다고 하지만 역사이기 때문에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역사적 인물과 내용 등을 상업성 때문에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은 국민 호도이자 심각한 역사 왜곡임에 틀림없다. 물론 신윤복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거의 없어 이 같은 갑론을박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를 포함한 영화ㆍ서적들은 청소년을 비롯, 전국민이 다 본다는 점에서 적어도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야 된다. 역사소설과 사극은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물론 작가의 상상력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오겠지만 이같이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중요한 것은 등장인물의 실재 여부 등을 객관적인 선에서 직시해줘도 무방하다. 시청자들에게, 관객들에게 사실과 허구의 조합인 팩션(faction)의 형식인 만큼 알아서 상상해라는 식은 곤란하다. 적어도 사실에 부합돼야 한다. 조선시대 사람인 신윤복은 본명 외에 ‘입보’라는 ‘자’가 있다. 이는 조선시대 때 남자가 20세(성인)가 되면 어른들이 지어주는 것이다. 반드시 남자에게 지어주고 여자에게는 지어주지 않았다. ‘자’의 유래는 중국에서 나왔는데 본명을 함부로 부르면 오래 못 산다는 속설에 기인된 것으로 보인다. 또 신윤복의 호는 ‘혜원’인데 조선시대의 여자는 호를 사용하지 않았다. 반론으로 일각에서 여성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화풍이 섬세하고 신윤복의 모습이 그려진 영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언뜻 여성을 연상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논리가 약하다. 같은 맥락에서 남존여비 사상이 강했던 그 당시 여성이 도화서의 화원이 되기는 어려웠고 설사 남장 행세를 했을지라도 다른 화원들이 이를 몰랐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당시 사회분위기 상 여성이 풍속화를 그리기는 더더욱 불가능했기 때문에 신윤복은 남자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설가가 신윤복이 남자인데 단순히 소설의 재미를 배가하기 위해 여성으로 설정한 것은 작가의 상상력과 관계없이 아주 위험한 발상으로 보인다. 흥미 때문에 역사를 왜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흥미는 흥미고 역사는 역사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사실관계를 통해 접근해야 한다.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에 적어도 실명 대신 가명을 썼어야 옳았다. TV 드라마와 영화ㆍ책 등은 남녀노소가 다 보고 있다. ‘팩션’이라는 새로운 소설 장르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한결같이 신윤복이 여성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한 식당에서 여대생으로 보이는 한 학생이 비슷한 또래인 문근영이 신윤복 역을 열연해서 그런지 남자친구에게 “혜원이 진짜 남장 여자래”라고 말하는 것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대학생이 이 정도이니 초등학생을 비롯, 모든 청소년들도 신윤복이 여성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역사 왜곡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250년이 지난 지금도 2008년 문화계의 아이콘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풍속화가로서의 신윤복의 주제성이 한 작가의 상업성 때문에 간과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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