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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畵사한 봄이 피었습니다."

한국화가 오용길 개인전, 내달 7일까지 동산방화랑


"와 봄이다!" 화폭에 내려앉은 봄기운에 탄성이 터져 나온다. 한국화가 오용길(63ㆍ이화여대 교수)의 개인전이 막을 올린 견지동 동산방화랑이다. '꽃 그림' '한국화'. 명명하기는 쉬운 장르지만 실상은 기량이 단숨에 드러나고 기법이 까다로운 탓에, 이 같은 경지에 오르기가 쉽지 않다. 작가는 우선 먹선으로 나무 둥치와 바위의 윤곽을 잡는다. 에너지를 담되 어깨에 뻣뻣하게 경직된 힘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먹선은 가장 밝은 담묵부터 제일 어두운 농묵까지 한 화폭에 두어야 꽃 색이 산다. 전통 수묵산수 기법으로 완급과 강약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오화백의 붓놀림이 빛을 발한다. 꽃을 떠받치려 자리잡은 듯한 나무와 바위사이로 점을 찍듯 꽃잎들이 채워 들어간다. 자칫 천박할 수 있는 봄 꽃에 은은한 격조를 더하는 것은 작가의 재능이다. 오화백 스스로는 "기질이 부드러운 탓이고 지필묵(紙筆墨)의 맛"이라고 겸손을 보인다. 그래서 소복한 무더기를 이룬 벚꽃과 진달래의 분홍빛은 화사하다 못해 투명하다. 노란 개나리의 넘치는 활력과 붉은 넝쿨장미의 탐스러움, 넉넉하게 매달린 그리운 감나무까지. 그림은 잠시 시간과 공간을 잊게 한다. 벚꽃가지 밑으로 강이 흐르는 하동 쌍계사와 초분(草墳) 봉우리가 보이는 군산 선유도, 영월의 선돌 등지를 찾아가 자연의 기운을 받아왔다.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만을 그림으로 끄집어 냈다. "특정 장소라기 보다는 재창조된 기억의 풍경입니다. 자연이란 게 늘 그리기 좋은 모습으로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꽃은 좋은데 주변 환경이 좋지 않기 마련이죠. '저렇게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자리에 꽃을 그렸습니다." 겨울 산수화가 응축된 표현의 묘미가 있다고 하나 오화백은 "움트는 자연의 생명력이 있어 봄이 좋다"고 말한다. 설경 4장 그릴 때 봄꽃은 1장밖에 못 그리는데도 말이다. 작가는 "미니멀리즘이나 추상화가 현대적이란 것과 상반되게 '촌스럽게 꽃그림 한다'는 얘기도 듣곤 한다"면서 "계승해야 할 우리 그림인데 젊은 학생들이 꺼리기도 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대 동양화과 출신이며 20대 중반이던 1973년 국전 문화공보부장관상을 받고 30대부터 한국화 화단에 손꼽히는 작가로, 동년배 으뜸작가로 꼽혀왔다. 신작 26점은 25일부터 4월7일까지 전시된다. (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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